사업의 세계/거래를 합니다

불청객

공부를 합시다 2021. 4. 3.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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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운 여름, 오늘은 폭염경보가 서울을 비롯한 전국에 내려졌습니다. 뜨거운 햇살에 거리에는 사람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그늘을 찾거나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기 위해 건물 안에 들어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런 날에도 거리에서 간혹 불청객을 만나곤 합니다. 거리에서 말을 불쑥 걸어오는 사람입니다. 그 정체는 “인상이 좋다”, “조상이 공덕을 쌓은 거 같다”, “우환이 있어 보인다”, “절 다니지 않냐”라고 물으며 접근하는 사람입니다. 어떻게 이들을 불러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편의상 “도인”이라고 부르겠습니다.

여러분들이 이들을 만나 본 경험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유독(?) 잘 마주칩니다.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면 첫째, 정기적으로 다니는 길에서 이들 도인이 활동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둘째, 그들 눈에 선하게(?) 보이나 봅니다. 믿거나 말거나지만 잘 응해줄 듯 보이나 봅니다. 이유가 어떻든 자주 마주치니 이들 눈에 제가 낯익을 법한데, 대화를 손사래치는 데도 불구하고 끈덕지게 말을 겁니다. 처음에는 말을 응해주기도 했는데, 하도 그러니 저 멀리서 이들 도인이 보이면 멀리 돌아 가거나 빠르게 옆을 스쳐 갑니다. 아예 말을 못 부치게 만드는 거죠.

 

도인들은 참 열심히 다닙니다. 그런데 그 오프닝을 여는 기술이 천편일률적이라 안타까울(?) 때가 있습니다. 어떤 목적이 있는지 모르지만 대화를 거는 패턴을 보면 앞서 제가 열거한 말들이 대다수이기 때문입니다. 커뮤니케이션에서 오프닝을 여는 방법이 여러가지가 있는데, 이들 도인의 매뉴얼은 획일적이서 전혀 매력적이지 않습니다. 맨땅에 헤딩하는 식으로 저런 말을 하고 한명 걸려라하는 방식으로 활동하기 때문이죠. 영업사원이라면 참으로 실적을 거두기 힘든 행태입니다. 게다가 도인들에 대한 사회적 경계도 널리 알려졌기 때문에 대부분 사람들은 무시하고 제갈길 갑니다.

이들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어 언론에서 자주 실태를 보도한 적이 있었습니다. 기억을 더듬어 보자면 IMF구제금융 이후 2000년대 안팎으로 경제적 혼란을 틈타 도인들이 접근해 제사를 핑계로 돈을 갈취하는 일이 있어 사회적 문제가 됐습니다. 그런데 다시 도인들의 영업활동을 보고 있자니 그때가 떠오릅니다. 요즘이 힘든 시기인가 보다라는 기시감이 드는 거죠. 신비주의에 휩싸여 대중을 현혹하는 일이 다시 벌어지는 겁니다. 어떤 분은 저런 거에 누가 속겠어라고 무시하겠지만 사람의 마음이 불안하면 누구라도 기댈 곳을 찾게 되고 그것이 저는 ‘도인’이란 이름으로 찾아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도인들은 상대의 빈틈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굉장히 순진한 사람들이기도 하죠. 왜냐하면 이 더운 여름 날도 거리에서 사람들에게 무작정 다가가 말을 걸고 있기 때문이죠(아마 그 확률이 어떤지 모르지만 10%안팎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라면 간판이라도 내걸고 돗자리라도 깔고 영업을 할 텐데 말이죠. 상대의 정보가 전혀 부재한 상태에서는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커뮤니케이션의 오프닝을 수월하게 열기 위해서는 자신의 정보를 어느 정도 공개해야 합니다. 그래야 상대는 커뮤니케이션에 참가할 동기를 얻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도인들의 영업방식은 빵점인 거죠. 저라면 명함이라도 주고 후일을 모색할 텐데 말입니다.

오고가며 보는 도인들을 보면 문득 커뮤니케이션의 교훈을 다시 생각해봤습니다. 상대와 커뮤니케이션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솔직해져야 합니다. 자신을 개방하지 않는 사람에게 누구도 마음을 열지 않습니다. 처음 상대에게 다가갈 때는 솔직함이 미덕입니다. 날이 덥습니다. 더운 여름 건강하게 보내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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