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디어의 범람은 선택 장애를 불러오기도 하지만 주류 미디어에서는 절대 듣지도 보지도 못할 얘기를 들려줘 재미가 있다. 그런 까닭에 나는 유튜브 채널 중에서도 인터뷰를 좋아한다. 내 생활반경에서는 절대 보지 못할 직업군의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기 때문이다.
∙ 이런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줄 이가 주변에 누가 있겠는가. 그럼에도 그들만의 리그에 갇혀 사는 이들을 보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평범한 이라면 수궁하지 않을 가치관을 지니고 생활하기 때문이다. 며칠 전 우연히 본 인터뷰 주인공이 그런 부류였다.
∙ 그는 속칭 '키스방'으로 돈을 벌고 현재는 고시원으로 전업한 사람이었다. 대부분의 내용은 특별히 기억에 남는 내용이 없다. 업계 돌아가는 현실에 대한 인터뷰가 주류였기 때문이다. 다만 걱정스러웠던 대목이 있었다. 자신은 젊을 때 얼마 안 되는 페이를 주는 알바를 할 바에는 윤리를 내려놓고 큰 돈을 버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는 것이었다.
∙ 전 키스방 사장이 그러면서 드는 사례는 소위 어릴 때 '스폰'을 받아 현재는 바를 잘 운영하고 있다는 지인의 얘기였다. 그 소리를 듣는 순간 눈살이 찌푸려졌다. 돈만 잘 벌면 뭘 하든 무슨 상관이냐는 태도였다. 유흥업계에 일한 경력 때문에 든 사례였겠지만 모든 삶의 가치를 돈으로 환원하는 태도가 한심해 보였다. 그렇게 떳떳한 이가 얼굴을 가리고 인터뷰를 하는 이유는 뭐겠는가.
∙ 조금 살아보니 세상 사람 보는 안목이 생긴다. 뭐 그리 대단한 안목이겠냐만은 곁에 둬서는 안 되는 사람 정도는 피하게 되었다. 도움이 되거나 도움이 되지 않은 사람은 상관없다. 왜? 내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 그러나 피해를 주는 사람은 아니다. 그런 사람의 부류가 앞선 키스방 사장과 같은 이다.
∙ 돈만 주면 뭐라도 하겠다는 소리를 극단으로 밀고 가면 사람 목숨도 중요치 않다는 얘기다. 저런 인간의 머릿속에는 상대를 이용하고 자신의 잇속을 챙기겠다는 생각밖에 없다. 그러니 나는 저런 부류의 인간을 가장 혐오한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인간이기에 그렇다.
∙ 세상에서 가장 피해야 할 이는 '지킬 게 없는' 사람이다. 그것이 상식이든 윤리이든 질서이든 법이든 또는 가족이든 우리는 지켜야 할 것이 많다. 지킬 게 아무 것도 없는 사람은 타인을 해치고 결국에는 자신을 해친다. 그런 사람이 우리 주변에 산다고 상상해보라. 그런 이들이 다수라면 그 사회는 망해가는 사회일 것이다.
∙ 저 인터뷰 영상 댓글에는 수많은 이의 글이 달렸다. 그나마 괜찮았던 지점은 대체로 인터뷰이의 답변을 찬성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나마 우리 사회가 건전한 상식을 지닌 사람이 많아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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