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든다는 것은 단순히 흰머리가 나거나 주름이 늘어나는 노화로만 이해되지 못한다. 내가 생각하기에 한살한살 먹어간다는 것은 무엇보다 감각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무감각(?)까지는 아니라할지라도 주변의 사건에 별다른 감흥이 없다. 새롭지 않으니 감각의 민감도가 훨씬 낮다.
누군가 인생을 태어나 살다 사랑하다 죽는다고 하는데, 나이가 들면 사랑의 대상이 점점 줄어든다. 아무래도 경험도 쌓이고 좋은 것 나쁜 것을 구별할 정도의 식견이 생겼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제는 해야 할 것보다는 하지 못할 것을 세는 게 편해졌다. 자리를 잡았다는 의미인데 그것은 변화가 없다는 뜻이다.
이때 좀 더 감각을 살릴 묘수가 필요하다. 주변 사물에 너무 민감한 것은 문제라지만 그렇다고 목석같이 늙어 죽을 생각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 나의 프로젝트는 감각 살리기다. 없던 감각이야 돌아올리 만무하니 젊을 때 감각이라도 끌어 올릴 심산이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방법은 창작이었다.
다양한 창조의 수단이 있겠지만 내가 선택한 것은 바로 글쓰기였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주변 사물에 민감해져야 한다. 더불어 내면의 열정을 살리기 위해 책을 짚어들어야 한다. 그래서 요즘 나의 일과는 보통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읽고 쓰는 것으로 채워졌다. 조금이라도 쓰고 조금이라도 읽는다.
처음부터 이런 삶을 지속하기는 힘들었다. 그런데 혼자 사는 처지니 이렇게라도 시간을 보내지 않으면 나도 모르게 게을러질까 두려워 강제력을 발휘한다. 오늘도 그렇다. 저녁 식사 이후에는 식곤증이 밀려오고 한숨 잘까 고민하게 된다. 그런 유혹을 무릅쓰고 글을 쓴다. 그리고 책을 읽다 잠자리에 들 예정이다. 그렇지 않다면 무의미한 서핑과 텔레비전 시청으로 가득찰 시간일 것이다.
어찌됐든 나이가 들면서 감각을 더 날카롭게 만들어야 한다. 살아있다는 사실을 증명이라고 하듯이 말이다. 시간을 흘러보내기에는 지금 여기 시간이 너무 아깝다. 철 든다는 게 이런 걸까. 예전에는 시간이 너무 더디다는 느낌에 지루했는데 요즘은 그런 생각이 없으니 말이다. 있던 것을 잃어버린다면 그것만큼 안타까운 게 없다. 내게는 감각이 그런 존재다. 그래서 나의 감각 만들기는 계속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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