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이 없는 어떤 이
오늘은 막간의 시간을 내 하천변을 걸었다. 쌀쌀한 바람이 불었지만 봄바람인지 따뜻한 온기가 느껴진다. 꽤 긴 거리를 걷다가 근처 맛집으로 유명한 토스트 가게를 찾아갔다. 그러나 가는 날이 하필이면 휴일이다. 수요일은 휴일이란다. 몰랐다. 집에서 걸어서 족히 30분 걸리는 거리인데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돌아가려니 맥이 빠진다. 오늘은 약간의 운도 따라주지 않나 보다.
평소 나는 운을 믿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면 운에 의지하기 싫어한다고 말해야 할 것 같다. 그 운이 행운이든 불운이든 결국에는 배경일 뿐 중요한 것은 의지와 실천이라고 믿는다. 그래도 운이 따라준다면 될 일은 더 빨리 될 것이고 수월한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운을 언제나 시험하길 좋아한다. 점집에 가고 별자리를 보고 타로점을 친다.
위로 산업
개인적으로 나는 저런 운을 보여준다고 믿는 위로 산업을 방문한 기억이 없다. 아마도 앞으로도 없을 것 같다. 그래도 내가 가끔 꿈자리가 뒤숭숭하면 꿈해몽을 찾아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 설명이 야매(?) 해석이라는 것을 알면서 그냥 본다. 좋은 해석이라도 있으면 속으로 '역시 될 놈이야.'라고 소리치고, 나쁜 글귀라도 있으면 '개꿈이네.'라고 외친다. 그러니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다는 식이다.
운에 의지한다는 것은 자신의 처지가 그만틈 곤궁하다는 의미다. 막다른 골목에 다다라 의지할 수 있는 곳이라고는 운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니 누군가 자신의 미래에 이렇쿵저러쿵 얘기를 해주길 기대하는 것이다. 그런 조언이 그저 마음 상담에 그치면 좋으련만 어떤 이는 지나친 맹신을 하니 문제다. 앞서 언급한 위로 산업의 예뿐만이 아니다. 그 속에는 종교까지도 포함된다.
운의 얼굴
나는 인간의 나약한 면을 이 '운'이라는 단어가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물론 인생에 운은 필요하다. 기대하지도 않았던 사건으로 인생의 여정이 변하지 않은가. 그럼에도 이 운이라는 놈은 변덕스러우니 문제다. 기쁜 얼굴로 찾아오다가도 험한 표정을 윽박지르기도 한다.
운이 지배하는 사회는 주술이 판치는 사회다. 그런 사회는 절대자의 이름을 빌어 장사하는 사람으로 넘쳐난다. 그곳에는 합리적 사고가 들어설 틈이 없다. 인간이 살아가는 한 불안은 영원하다. 그러니 운을 굳이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 없다. 어차피 인생은 통제할 수 없는 것으로 가득차니까. 그러니 그 운이 무엇이든 즐기자.
'원고지 > 자기 배려의 기술'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이가 든다는 의미 (0) | 2023.03.31 |
---|---|
직장인 인문학 공부법 (2) | 2023.03.27 |
체육관 가는 습관 만들기 (1) | 2023.03.21 |
혼자 살 때 알았으면 좋았을 것들 (0) | 2023.03.13 |
사기를 피하는 법 (4) | 2023.02.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