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가 우선이다
글을 시작하며 분명히 말하고 시작하고 싶다. 나는 현재 직장에 다니며 인문학을 공부해볼까라고 고민하는 독자를 위해 이 글을 쓴다. 일하기도 바쁜 누군가 인문학을 공부하겠다는 생각이 든 다는 사실은 그 이유가 지적 호기심이든 무엇이든간에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다들 알다시피 먹고 살기에 바쁘기 때문이다. 그러니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탈진된 상황에서 공부를 하겠다고 나서는 일은 쉽지가 않다. 그런데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시작할 마음을 지녔다.
나는 직장인의 인문학 공부는 다른 장소, 가령 학교에 다니며 공부를 하는 학생이라든지 퇴직하고 한가롭게 시간을 보낼 누군가의 공부와 전혀 다르다고 믿는다. 앞서 거론한 이유 외에도 시간을 쪼개 공부를 할 다짐을 했다는 사실 자체가 어떤 절박함을 보여준다고 생각하니 그렇다. 그 얘기인즉슨 어떤 필요가 공부의 동기를 이끌어냈다. 사실 모든 공부는 필요해서 해야 한다. 유희로서 공부는 다음 단계이다. 일단은 본인이 필요하다고 느껴야 한다.
실천가능한 공부
이런 까닭에 직장인은 인문학 공부를 시작하기 전 그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정확한 목표를 정해야 한다. 단순히 어떤 인문 서적 한권을 읽어내고자 하는 목표인지 아니면 거창하게 어떤 삶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목표인지 아니면 이도저도 아닌 술자리 안주용 상식을 늘리려야 하는지 등 말이다. 물론 우리는 공부를 할 때 대개 진지한 목표를 정하고 시작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나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단순한 상식을 위해서 또는 입사 시험을 위해서 공부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일단 목표를 정하라. 단, 자신의 조건을 고려해 실천가능한 목표를 정하자. 누군가 플라톤의 ⌜국가∙정체」를 읽고 싶다고 가정하자. 해당 철학서를 정면으로 승부하고픈 유혹이 들 것이다. 정석대로 하자면 그런 태도는 칭찬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아마도 그 분야에 한 터럭의 상식도 없는 이가 시작한다면 한줄을 넘기기 힘들 것이다. 배경 지식이 전무하니 공부 근육(?)도 없는 까닭이다. 그러니 현재 자신의 무지(!)를 인정하고 1차 텍스트를 설명하는 2차 내지 3차 서적을 찾아보는 게 순리다. 그 다음 시작해도 늦지 않다.
맥락을 이해하라
지금까지 들어보면 자신의 공부가 꽤 시간이 걸리리라는 불길한 예감이 들지 않은가. 맞다. 해당 분야에 문외한들은 인문학 공부를 너무 '쉽게' 생각한다. 누구나 쉽게 시작해서 빠르게 마무리할 수 있다고 자만하는 것이다. 그러나 인문학 공부가 힘든 이유는 해당 텍스트를 꽤뚫기 위해서는 맥락을 이해해야 한다는 어려움이다. 공부를 시작할 때는 한권만 읽으면 충분하다고 느낄테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이미 그 저작이란 일종의 결론이요, 그 결론을 이끌어내기위한 암묵적 전제를 이해해야 하는 것이다.
이쯤되니 숨이 막히지 않은가. 인문학 공부 어렵다. 그러나 포기하지 말자. 앞서 든 예는 정석 공부의 예일 뿐이다. 가볍게 대중을 위해 쓴 교양서도 충분히 읽을 만한 가치가 있다. 단 이때도 잊지 말아야 할 교훈이 있다. 처음 공부를 할 때 본인이 가졌던 질문을 '절대' 잊지 말라는 것이다. 중요한 핵심은 당신 삶에 필요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신은 질문을 던졌고 답을 찾으러 길을 나섰다. 그러니 스스로 던진 질문에 공부 이후 답변해보는 것이다.
나는 저 답변의 단계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답변을 자신이 할 수 있다면 그 공부는 충분히 잘된 것이다. 물론 아는 것이 즐거운 부류의 사람도 있을 터이다. 그런 사람은 필요에 의해 공부를 한 이라기 보다 유희에 의해 공부를 한 이일 터이다. 또는 처음에 필요에 의해 시작했지만 즐거움이 부수적으로 따라온 경우일 것이다. 어떤 경우든 공부 이후에는 자신의 삶을 변화할 촉매가 돼야 한다는 사실에는 변화가 없다. 그러니 인문학 공부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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