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의 세계/비즈니스

중년의 일자리

공부를 합시다 2023. 2. 13. 11:43
반응형

 

지난 주말 토요일은 아침부터 시끄러웠다. 아래층 누수가 발생했는데 그 원인을 찾기 위해 윗층인 우리집을 방문해 공사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예고된 방문이었음에도 토요일 아침을 방해한다는 생각에 피곤했다. 그러나 세입자인 내가 거부할 권리는 없었다. 상냥하게 웃으며 인부들을 반겼을 뿐이다. 그리고 혹시라도 공사에 방해가 될 만한 물건을 치워야 할지 몰라서 안절부절하고 있었다.

 

전날 방문해 대략 누수의 원인을 탐지하고 갔건만 정확하게 장소를 찾는 것은 시간이 걸렸다. 주방 전체를 차지하고 문제가 되는 배관이 있을 법한 곳을 파보는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온통 주방은 흙먼지가 날리고 나는 방한구석에서 문을 살짝 열고 그 현장을 지켜보고 있었다. 다행히 의심스러운 2곳을 파본 뒤 문제를 발견했다. 그리고 오후까지 지속될까 걱정했던 공사가 오전에 끝났다. 하지만 내게는 대청소라는 과제를 남겨놓은 채 말이다.

 

명함 한장을 받았는데 그 명함에는 '국가기술자격증' 소지자임을 밝히고 있었다. 요새 일을 급하게 구하고 있는 내 입장에서 문득 들었던 생각은, 진작에 나도 저런 기술이나 배웠어야 하나라는 자책이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기술이라고 해봤자 알량한 지식을 팔어멌는 강의인데, 그것은 필수재가 아니니 문제다. 이에 반해 아침 배관 공사는 몸만 건강하면 평생 할 수 있는 기술 아니던가. 게다가 정말 중요한 것은 주택은 보수를 피할 수 없으니 그 기술은 평생 써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어릴 때 내가 얼마나 관념적인 인간이었는지는 나이가 들어 깨닫게 된다. 가치를 외치며 돈을 벌기보다 하고 싶은 일을 한 대가를 요즘에 치르고 있다. 곰곰이 생각하니 나이 40이 넘으면 현실 인식의 순간이 찾아오는 것 같다. 정말 이 나이대는 불러주는 사람 없는 나이가 되니 말이다. 미디어에서도 전연령대에서 가장 취업난을 겪고 있는 연령층이 중년의 일자리라고 전한다. 청년은 청년이라서, 노년은 노년이라고 일자리 정책이 있는데 이 낀 세대는 아무 것도 없다.

 

자연스럽게 책상머리에 앉아 일하는 사무직 등은 갈 데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자리다. 그러니 가장 원초적인 몸을 쓰는 일을 해야 겠다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과거 무슨 학교를 나왔건 어디 직장을 다녔건 그 따위는 때려치우고 육체를 움직여 해야 할 일을 찾게 되는 것이다. 그마저도 요새 경기침체로 찾을 수 없다는 것이 문제지만.

 

지난 주에 내가 쓴 제안서만 서너개다. 아마도 오늘 오후에도 부지런히 내가 낼 만한 곳에 제안서를 쓰기 위해 움직여야 한다. 되든 안되든 계속 두드려야 하는 처지다. 그것조차 안 되면 최저 임금의 일자리도 해야 한다. 그래도 건강하다는 사실에 그리고 아직은 의지가 있다는 확신에 감사하다. 걱정한다고 불안이 쌓인다고 해결될 일은 없다. 그나마 나이가 들어 좋은 점은 경험이 쌓여 언젠가는 문제가 해결되리라는 믿음이다. 내 자신에게 건투를 비는 하루다.

반응형

'사업의 세계 > 비즈니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기 싫은 일(?) 제대로 하는 법  (2) 2023.02.17
요새 나의 프로젝트  (4) 2023.02.15
성공의 조건  (0) 2022.08.03
사업의 장벽  (0) 2022.07.28
일이 안 되는 이유  (0) 2022.0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