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지/자기 배려의 기술

공부를 합니다

공부를 합시다 2022. 11. 14.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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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오후 시간에는 공부를 했다. 책을 한권 들고 널찍한 도서관 열람실에서 책을 읽었다. 언제 내가 이 시간에 왔었나 할 정도로 오랜만의 일이었다. 보통은 주말에는 그냥 방바닥에 누워 잘 법도 한데 그런 날에는 항상 후회가 밀려왔다. 어차피 잠은 밤에 잘 건데 피로를 푼다는 명목으로 텔레비전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 잠들기 일수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도서관에 갔으니 좋건 싫건 그 장소에 걸맞은 실천을 해야 한다.

 

모 영화에서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고 했던가. 나는 이 말을 비틀어 장소가 사람을 만든다고 주장하고 싶다. 정말로 장소에 걸맞은 행동을 하지 않으면 알게 모르게 패널티가 있기 마련이다. 그것을 사람들은 '예의'라고 부르기도 하고 '에티켓'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러니 우리는 그 장소에 걸맞는 복장이며 말이며 행동을 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장소는 그 격에 맞는 강제력을 부여한다. 누가 시키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내게는 그런 장소가 도서관이다. 솔직히 하기는 싫지만 해야 하는 공부가 있다고 한다면, 나는 주저없이 집이 아닌 도서관을 선택한다. 어린 시절 생각해보면 항상 나는 집에서 빈둥거리기 일수였다. 집은 내게 놀고 쉬는 장소였지 무슨 일을 하는 장소는 아니었던 셈이다. 그에 반해 도서관은 왠지 그 아우라에 압도돼 공부를 해야 할 것 같고 실제로 공부를 하는 곳이었다.

 

그렇게 나는 주말 오후 시간에는 도서관에서 보냈다. 그렇다고 내가 밤 늦게까지 터를 잡고 공부를 한 것은 아니다. 4시간 정도만 지나면 피곤이 몰려오는 것은 어쩌지 못하겠다. 이제 나이가 들다보니 체력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느낀다. 그래서 4~5시간 정도 잠깐 책을 읽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래도 다른 누구보다도 주말을 알차게 보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돌아오는 길의 거리는 한적했다. 단풍 든 산을 보고 낙엽 떨어지는 도로는 을씨년스럽다. 그럼에도 시간을 잘 보낸 이에게 돌아오는 기쁨이 있어 마냥 춥지만은 않다. 집에 들어가면 나를 반겨줄 이는 없지만 그래도 무언가를 하고 돌아가지 않던가. 그런 점에서 내가 공부를 놓지 못하는 것 같다. 스스로 무언가를 성취했다는 그 기쁨 때문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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