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지/문화 비평

어떤 가족

공부를 합시다 2022. 10. 7. 18:47
반응형

 

한주간의 시사를 정리하는 방송을 보다 이번 주 국감보다 더 화제였던 뉴스가 있었다고 전한다. 바로 연예인 박수홍씨 사건이다. 순간 피식 웃음이 터져 나왔다. 공적인 사안인 국감보다도 한 연예인 동정에 더 사람들의 이목이 쏠린다는 게 이상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이해할 만도 하다. 국감에서 벌어지는 사건은 수많은 잡음에 휩쓸려 단신 기사로 취급되 버리는 게 현실 아닌가. 이에 비해 말초적인 연예인 사건사고는 더 관심이 집중된다. 게다가 그 문제가 가족 문제라면 말이다.

 

직업을 떠나 자연인 한 사람의 가족 이야기가 대중의 관심을 받는다는 것은 애석한 일이다. 좋은 일도 아니고 나쁜 일인 경우 더욱 그렇다. 박수홍씨가 자신의 형과 재산 분쟁에 휘말렸고 그 뒤 그 형이 구속됐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런데 이번 주 조사를 받던 와중에 자신의 부친에게 폭력을 당해 병원으로 실려갔다는 소식은 '저 정도인가'라는 생각에 가슴이 아팠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은 이 사건에서 자신의 가족과 주변 가족을 둘러봤을 것이다.

 

솔직히 가족간 재산분쟁이 특별한 일이 아니다. 재벌가를 굳이 거론하지 않아도 주변 돈 좀 있다는 집안에는 재산을 두고 다툼이 벌어지곤 한다. 다만 박수홍씨처럼 자신이 땀 흘려 번 돈을 형이 착복했다는 이유로 싸우지 않을 뿐이다. 이런 점에서 박수홍씨 사건은 다른 가족 사이 벌어지는 재산 분쟁과 차이가 있다. 게다가 아버지가 성인 아들을 폭행하는 몰상식한 일까지 벌어졌으니 당사자뿐만 아니라 제3자가 보기에 심각성을 더 한다.

 

오늘날 가족이란 특별한 관계는 아니다. 아무래도 독립된 가족으로 살아가고 명절연휴에야 가끔 보는 사이니 끈끈한 관계를 기대하는 것은 힘들다. 애전처럼 따뜻한 가족을 상상한다면 그것은 교과서에나 나올 법한 일 아닌가 싶다. 그 중심에는 항상 돈이 자리잡고 있다. 그런데 그 이면을 보면 가족 사이 불평등한 관계가 더 본질적인 문제이다. 특히 박수홍씨 사건의 경우에는 말이다.

 

박수홍씨가 성인이 된 이후 형과 동생뿐만 아니라 가족의 생계를 책임졌다고 전해진다. 일종의 가족 기업으로 수십년간 이어져 온 것이다. 여기까지는 괜찮다. 그런데 문제는 박수홍씨는 사업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몰랐고 그 탓에 형의 부정 행위를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어련히 잘 하겠지'라는 생각이 화를 불러 온 것이다. 법정으로 이 일을 끌고 가기 전 화해를 시도했지만 이를 형이 받아들이지 않아 이제 결론은 법정에서 가려질 것이다.

 

이 사건의 경우는 가족이 박수홍씨를 수년간 착취한 일로 보인다. '가족 가스라이팅'인 셈이다. 자연인 박수홍씨 입장에서는 가족과 관계를 한순간에 끊는다는 것이 힘든 일일 것이다. 그러나 독립된 성인으로 뒤늦게 문제를 제기하고 불평등한 관계를 청산하는 것은 당사자에게는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모른다. 언젠가 모 심리학자가 가스라이팅이 가장 빈번하게 벌어지는 관계를 말한 적이 있다. 바로 그 관계란 연인과 부부 사이였다. 내가 생각하기에 가족 또한 그 사례에 들어갈 것이다. 가까운 사이에 착취와 억압이 더 벌어지는 것이다.

 

누구도 타인을 착취하거나 억합할 수 없다. 설령 그 관계가 가족일지라도 말이다. 불평등한 관계를 청산하고 평등한 관계로 전환을 시도하는 모든 이에게 격려를 보내고 싶다. 다투는 도중에는 참으로 힘든 일일 터이지만 시간이 흘러 생각해보면 정말 잘 한 선택일 것이다. 누구나 행복할 권리가 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