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지/문화 비평

표절과 양심

공부를 합시다 2022. 7. 13.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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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 프로그램을 본 적이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나이가 드니 세상사 신경쓸 것도 많고 기성 미디어의 목소리에 귀기울일 생각이 없는 게 가장 큰 이유다. 그럼에도 지난 주에는 우연히, 아주 우연히 MBC의 100분 토론 한 꼭지를 보게 됐다. 평소 텔레비전을 키지도 않는데 그날따라 마음이 허했는지 자정 가까이 시선이 머물었다.

 

거의 방송 말미였는데 그날 주제는 유희열의 표절 사태였다. 연예 단신 기사로 알고는 있었지만 음악을 즐겨 듣지 않는 사람인지라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는 인지하지 못했다. 다만 유희열이 간략한 사과문을 올렸고 그렇게 잊혀져가는 문제로만 기억했다. 그러나 두 명의 패널, 그룹 부활의 기더 김태원과 음악 평론가 임진모의 토론을 듣고 있자니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굉장히 심각한 표절 사태라는 것을 알게됐다.

 

https://youtu.be/HGBAwhrrh5Y

 

그 심각성을 단정지울 수 있었던 토론 한 대목이 있었다. 김태원이 유희열의 표절 시비가 걸린 한 곡을 언급하며 8마디의 멜로디가 똑같다는 사실에 놀랐다는 것이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보통은 자신의 표절을 숨기기 위해 1~2마디 멜로디를 바꾸기 마련인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는 설명이었다. 듣는 순간 나는 헛웃음이 나왔다. 그때 때마침 유희열이 발표했던 사과문 한 단어가 또렷하게 기억나서다.

 

사과문에서 눈에 띄었던 단어는 '무의식'이었다. 작업 과정에서 무의식적으로 표절을 했을지 모른다는 게 유희열의 변명 아닌 변명이었다. 그런데 저정도로 같다면 복사 그리고 붙이기를 했다는 얘기인데 이를 무의식으로 돌린다는 게 어의가 없었다. 이게 의식적인 표절이 아니면 무엇을 표절이라고 부르겠는가.

 

더 나아가 한두곡만 표절 시비가 걸린 것이 아니라 90년대부터 수십곡이 표절 의심을 받는다는 소리를 그 후 접했다. 몇몇 곡의 표절 시비야 백번 양보해서 변명을 수긍할 수 있어도 이처럼 많은 표절 시비는 유희열의 양심을 의심케 했다. 게다가 이후에도 그는 변함 없이 수많은 방송에 출연하고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마치 니들은 떠들어라 나는 잘 산다라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듯이.

 

아마도 이런 나의 생각은 다른 사람의 생각과 비슷할 것이다. 유희열의 멘탈이 좋다고 칭찬해야 할지 아니면 그의 후안무치를 욕해야 할지 모르겠다. 다만 분명한 사실은 모래 위에 쌓아 올린 성은 오래 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운 좋게 대중을 속일 수는 있어도 앞으로는 힘들 것이다.

 

앞으로 유희열의 얼굴과 곡을 접할 때마다 나는 뻔뻔함이라는 단어로 치환해 그를 기억할 것이다. 지금까지는 운좋게 돈과 명성을 얻었을지 모르지만 그는 더 이상 창작자라는 타이틀을 가져서는 안 된다. 그저 남의 곡을 적당히 편집하는 기술자에 불과하니까 말이다. 그저 시간이 해결해주겠지하고 시간을 보낸다면 나는 한 예능의 대사를 그에게 들려주고 싶다. '인성 문제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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