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지/문화 비평

우리가 극장에 가야 할 이유: <탑건: 매버릭>(2022)

공부를 합시다 2022. 6. 27. 00:01
반응형


코로나19가 끝났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 모습은 영화관 관람 관객의 증가일 것이다. 감염의 우려 때문에 꺼렸던 극장 관람을 이제는 편하게 한다는 것만으로도 일상으로 복귀를 보여준다. 그 결과 올해 벌써 천만 영화가 나왔다. 마동석 주연의 <범죄도시2>가 천만을 넘어 흥행중이다. 이밖에도 우리가 극장에 가야 할 이유는 많다.

최근 개봉된 <탑건: 매버릭>(2002)(이하 매버릭)이야말로 극장에 가야 온전히 즐길 수 있는 영화이다. 전투기의 굉음과 활공 모습을 좁은 스크린에서 느끼기에는 부족하다. 어떤 영화는 방구석에서 그 이야기만으로 기쁨을 주지만 어떤 영화는 2%가 부족해 애써 극장을 찾는다. 그런 점에서 영화는 단순히 서사만으로 환원되지 못하는 예술이다. 이야기가 전달하는 내용뿐만 아니라 감각의 표현이 중요한 까닭이다.

전편 <탑건>의 개봉이 1986년이니까 그 후속작 <매버릭>이 다시 관객을 찾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게다가 코로나라는 펜데믹 때문에 개봉이 완성된 뒤에도 무려 2년이나 시간이 소요됐다. 이러니 호사가들조차 <매버릭>이 개봉되기 전 이 영화의 흥행을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미국에서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관객 몰이를 하고 있다. 무엇보다 극장에 가야 할 이유를 이 영화는 갖고 있어서다.

<매버릭>의 흥행은 우리가 OTT의 시대에 살고 있지만 좁은 스크린만으로는 도저히 전달되지 못하는 것이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광활한 하늘에서 펼쳐지는 공중전의 쾌감을 스마트폰에서 어떻게 얻을 수 있겠는가. 그런 까닭에 이 영화를 보고 온 후기에는 2D에서 4D, 그리고 아이맥스로 다시 영화를 봤다는 또는 보러 갈 거라는 후기가 종종 올라온다.


<매버릭>의 서사는 특별하지 않다. 과거 전편 <탑건>을 기억하는 올드팬이라면 모를까 이 작품을 반드시 봐야 할 이유는 없다. 이 영화의 이야기는 뻔히 예측 가능하다. 그럼에도 이 영화를 보러 가는 이유는 가슴이 뻥 뚫릴 것 같은 쾌감을 얻고 싶기 때문이다. 서사가 뻔하면 어떤가. 주인공의 무사 귀환이라는 해피 엔딩을 얼마든지 우리는 받아들일 수 있다. 그저 영화를 보는 그 시간, 그리고 그 공간이 중요할 뿐이다. 그런 까닭에 우리는 극장에 간다.

거의 10여년 동안 할리우드가 보여주는 스팩터클은 마블 영화가 독차지하고 있었다. 마블 유니버스라고 지칭되는 무한한 세계관을 확장하면서 수많은 캐릭터가 나오고 속편이 제작되고 있다. 그런데 그 시각적 쾌감은 주로 컴퓨터 그래픽에 전적으로 의지하고 있다. 상상의 나래를 확장하는 데 이것은 도움을 주지만 이제는 식상하다. 좀 더 날 것의 느낌을 얻고 싶다. 그런 점에서 <매버릭>의 흥행은 이해가 된다(그렇다고 이 영화에 컴퓨터 그래픽이 사용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배우들의 중력에 일그러진 얼굴에서 우리 자신이 전투기에 탄 듯한 동질감을 느낀다.

우리는 영화관에 간다. 온전히 그 곳에서만 느낄 무언가가 있어서. 그런 까닭에 주중의 피곤을 달랠 장소로 여전히 극장은 인기가 있다. 다음 주 우리는 어떤 영화를 극장에서 볼 것인가. 극장에 가는 그 시간이 매번 기다려진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