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지/문화 비평

요즘 리얼리티 예능: 이혼 예능의 전성시대

공부를 합시다 2022. 5. 30. 11:03
반응형

 

거의 텔레비전을 보지 않지만 무심코 본다면 그 선택은 예능이다. 그조차도 텔레비전 보다는 유튜브로 보는 경우가 허다하다. 클립으로 올라오는 예능에 문득 눈길이 가 시청하는 경우이다. 내가 요즘 주목하는 예능 트렌드는 이혼 예능이다. 과거에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영역까지 '예능'이라는 이름을 걸고 방영되는 까닭이다. 사적인 영역까지 깊숙이 침투해 예능이라는 이름으로 전시되고 있는 요즘이다.

 

아마도 결혼과 이혼은 예능이라는 장르에 익숙한 소재는 아니다. 그나마 결혼이 예능으로 보여진 시초는 10여년전 MBC의 <우리 결혼했어요>(2008)이다. 그나마 이 프로그램은 가상이라는 형식을 띠고 있었다. 그래서 달달한 신혼의 분위기를 느끼길 원하는 시청자를 유인하고 꽤 시청률도 나왔던 프로그램으로 기억한다. 물론 현실의 결혼은 그렇게 달달하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숨기고서 말이다.

 

근래 결혼을 보여주는 예능은 과거의 가상을 뛰어 넘고 있다. 그 증거가 바로 결혼 이후를 보여주는(?) 이혼 예능의 탄생이다. 그 첫 주자가 TV조선의 <우리 이혼했어요>(2020)이다. 10여년 전의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이제는 <우리 이혼했어요>로 변모한 데서 격세지감을 느낀다. 예전이라면 불쾌하다고 말할 만한 소재를 전면에 등장시키고 있다.

 

이혼이라는 사적인 소재까지 리얼리티 예능에서 출현할 줄은 몰랐다. 과거 이혼한 커플을 섭외해 화면에 등장시킨다는 사실은 시청자에게 당혹감을 선사하기 충분하다. 이들 커플이 대중적으로 알려진 연예인이라할지라도 말이다. 그러나 묘하게도 이런 프로그램은 많은 이들이 느꼈을 거부감을 극복하고 승승장구하고 있다. 시즌1을 넘어 시즌2가 요새 방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 이유는 대중의 양가적인 감정에 기반하는 듯하다. 너무 사적인 영역을 침범한 데서 오는 불쾌감과 함께 타인의 내밀한 사생활을 엿보고 싶다는 관음증에 기대고 있기 때문이다. 솔직히 나는 전자의 프로그램 취지를 전혀 모르겠다. 과거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에 헤어졌던 커플이 다시 해후한다고 해서 예전으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나쁜 감정이 다시 떠오르기 충분할 것이다. 그나마 방송 출연을 결심한 이들은 그 정도는 아닌 것 같지만.

 

<우리 이혼했어요>로 시작한 이혼 예능은 근래 좀 더 진화하는 것 같다. TVing에서 방영되는 <결혼과 이혼 사이>(2022)에서는 이혼을 고심하는 커플을 등장시키고 있다. 그리고 요즘 대세인 오은영 박사가 출연하는 MBC의 <오은영 리포트>(2022)도 심각한 부부 문제를 안고 있는 커플이 나온다. 두 프로그램의 차이가 있다면 전자는 진지하게 이혼을 고민하는 커플이 나와 이혼에 관한 현실적 준비를 보여준다면, 후자는 부부문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는 것이다.

 

당분간 이혼 예능은 승승장구할 것 같다. 요즘 사람들은 결혼에 환상이 없다. 오히려 이혼이라는 현실이 구미를 당기는 요즘이다. 요즘 이혼 예능을 보면서 환상과 현실의 간격이 점차 좁혀지고 있다는 느낌이다. 여기에 더해 사적인 영역 곳곳을 비추는 관찰 카메라의 시선에 종종 섬뜻하다. 우리는 어디까지 타인의 삶에 관심이 있어야 하는가. 이혼 예능을 보면서 드는 질문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