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지/문화 비평

결혼은 지옥인가?: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

공부를 합시다 2022. 6. 20.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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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요즘 리얼리티 예능: 이혼 예능의 전성시대>)에서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이혼 예능을 언급한 적이 있다. 나는 그 글에서 관찰 예능이 지나치게 사적인 영역까지 침범하는 데 거부감을 표현했다. 아무리 예능이라지만 각자 보이고 싶지 않은 사생활이 있는 법인데 거의 결혼이 파탄 일보 직전인 사람(게다가 일반인)을 비출 필요가 있을까라는 의문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런 우려를 뒤로 하고 요즘 이혼 예능은 정말 잘 나간다. 결혼도 하지 않은 내가 이런 예능을 볼 정도니까.



이들 예능을 보는 이유는 걱정 보다는 호기심이 커서다. 정말로 이런 대중의 관음증(?)을 충족하기 때문에 이혼 예능은 정말 잘 나가는 것 같다. 이들 프로그램 중에서도 나의 흥미를 끄는 이혼 예능은 요세 대세인 오은영 박사(이하 오은영)가 나오는 <오은영 리포트: 결혼 지옥>이다. 과거 <우리 아이 달라졌어요>에서 익숙한 오은영이 몇 년 사이에는 그 영역을 넓혀 다양한 채널에 출연하고 있다.



오은영이 나오는 이혼 예능은 출연자의 전문성을 살려 이혼을 권하기(?) 보다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 부부의 고충을 해결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럼에도 처음에 나는 이 프로그램의 부제가 섬뜻하게 느껴졌다. 대놓고 '결혼 지옥'이라는 문구를 전시하고 있어서다. 나의 얄팍한 생각으로는 결혼이 지옥일 정도면 헤어지는 게 낫다는 판단이다. 그럼에도 이 프로그램에 나오는 부부는 일말의 희망을 가지고 방송에 나온다.

부부 생활이라는 사적인 소재를 가지고 방송을 진행하기에 시청자들은 다양한 의견을 가질 것이다. 그러나 이 방송은 유튜브에서 댓글로 그 반응을 확인할 수가 없다. 출연자의 민감한 사정을 고려하여 아예 처음부터 댓글을 다는 것을 막아 났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나는 제작진들이 충분히 출연자를 배려한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댓글을 허용했다면 수많은 인신 공격이 넘쳐 났을 것이다. 다양한 갑론을박에 가려 애초 이 프로그램의 취지였던 '부부 솔루션'은 가려졌을테다.

<오은영 리포트>는 오은영의 전문성을 살려 해법을 제시한다. 물론 짧게는 수년간 길게는 수십년간 이어진 부부 문제가 한번의 방송 출연으로 해결되리라는 것은 기대하기 힘들다. 그러니 대개는 출연 이후에도 전문가의 조력을 지속적으로 받아볼 것을 권고한다. 그런 면에서 이 프로그램은 단순히 시청자의 볼거리로 부부 문제를 다루기 보다는 진지하게 해법을 모색하려고 노력하기에 의미가 있다.

그럼에도 나는 계속 이 방송을 볼 때마다 앞서 언급했던 '결혼 지옥'이라는 문구가 마음에 걸린다. 어떤 부부가 결혼이 지옥으로 가는 길로 생각하고 결혼을 하겠는가. 주변 결혼한 친구들이 결혼 문제를 가끔 토로할 때마다 나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식이다. 일단 나는 타인의 삶에 관심이 없다. 여기에 덧붙여 결혼도 해보지 못한 내가 부부 문제에 이러쿵저러쿵 얘기한다는 것이 우습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얘기를 듣는다면 나는 항상 전문가 상담을 권한다. 주변 야매(?) 상담 들어봤자 해결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

결혼은 지옥인가. 갑자기 이 문구를 보자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리나>의 첫 문장이 떠올랐다. 행복한 가족은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족은 각자의 이유로 불행하다. 아마도 불행한 부부는 각자의 사정이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결혼이 지옥일 정도로 가는 파국은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 까닭에 결혼 생활이 불행하다고 느낄 누군가에게 부디 행복하기를 빈다. 결혼이 반드시 좋은 것도 아니지만 이혼이 반드시 나쁜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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