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지/문화 비평

프로파이터 정찬성의 말 한마디

공부를 합시다 2022. 4. 12.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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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말 한마디는 오랫동안 메아리로 울려퍼진다. 그 사람의 말 속에 담긴 감정이 가슴을. 흔들어서다. 지난 일요일 격투기 선수 정찬성의 말이 내게 그랬다. UFC273 메인이벤트로 열린 경기에서 정찬성은 챔피언 알렉산더 볼카노프스키에게 패했다. 경기를 관람한 이라면 누구나 1라운드부터 불길한 기운을 느꼈을 것이다. 챔피언의 실력은 압도적이어서 정찬성은 수많은 유효타를 허용했다.

한국인 최초의 UFC 챔피언을 바랐을 국내 팬들은 아마도 이 경기가 어떻게 끝날지 예감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정찬성이 그의 타이틀 '코리안 좀비'처럼 불굴의 의지로 다시 일어서길 간절히 바랐을 것이다. 그러나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나는 이 경기를 보면서 정찬성의 격투기 선수로서 불굴의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

3라운드를 가까스뤄 끝낸 뒤 휴식시간에 코치가 물었다.

"할 수 있어?"

"예"

"확실해?"

"해야죠"

정찬성의 이 마지막 말에 순간 가슴이 아팠다. 왜 '할 수 있다'가 아니라 '해야 한다'였을까. 가능을 나타내는 단어를 쓰지 않고 당위, 의무를 나타내는 단어를 왜 썼을까. 아마도 정찬성은 예감했을 것이다. 이 경기의 승패를. 그럼에도 자신의 격투기 인생에서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챔피언쉽 경기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는 인생에서 수많은 도전을 하게 된다. 누군가는 이길 수 있는 경기만을 원하겠지만, 누군가는 불행한 결과를 예감해도 끝가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정찬성의 저 말 한마디에 삶에 대한 의지를 되새겨본다. 그리고 저 의무가 누군가를 대표했을 때 나오는 말이라는 것을 잘 안다. 한 가족의 가장으로서, 그리고 대한민국 격투기 선수를 대표하는 이로서 그는 포기할 수 없었던 것이다.


모두 다 편한 길을 가려고 할 때 자신의 가치를 위해 묵묵이 걸어가는 이는 아름답다. 정찬성이 앞으로 선수로서 길을 계속 갈지 모르지만 그가 어떤 길을 가든 나는 응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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