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지/문화 비평

백수들의 유튜브

공부를 합시다 2022. 3. 23.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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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유튜브를 보면 로그인을 하지 않아도 나의 검색 이력에 맞춰 영상을 추천해준다. 때로는 전혀 아니다 싶은 주제의 영상을 소개시켜주곤한다. 대표적으로 나와 전혀 다른 정치색을 지니는 유튜브가 대표적이다. 왜 이런 유튜브가 내게 추천될까 고개를 갸우뚱 거릴 때가 많다. 살며시 삭제하면 좋겠지만 로그인을 하지 않았으니 노출까지 막을 방법은 없다. 이밖에도 근래 나의 눈에 우연히 띤 유튜브들이 있다. 바로 스스로 백수임을 밝히고 자신들의 생활을 소개하는 유튜브다.


과거의 백수는 자기가 일 하지 않는다고 당당히 선언하지 못했다.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사회에 기여하지 못한다는 소리고 그것은 곧 '낙오자'라는 딱지가 붙을 만한 일이었다. 그러나 요새 백수(?)는 즐겁다. 적어도 나의 눈에 그렇다. 유튜브로 자신의 일과를 소개할 정도니 그들에게 자격지심 따위는 없다. 아! 그리고 이들은 그냥 백수가 아니다.


'백수'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유튜브 콘텐츠도 꾸준히 작성하는데 이들을 '백수'라고 부르는 게 어색한 일 아닌가. 오히려 이들은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기 위해 과감히(?) 직장을 때려치운 사정을 공개하고 지지를 받는다. 수많은 댓글에서 저런 삶도 괜찮겠구나 호응을 받는 것이다. 그렇다고 그들이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간간히 찾아오는 우울증과 같은 정신적 고통을 이들이라고 피하지 못한다. 내가 주목했던 것은 그들의 즐거운 생활도 생활이지만 그 내면의 아픔을 솔직히 공개하는 그 당당함이었다. 아프다고 말하고 스스로 상담을 받은 얘기며 약 치료를 받는 경험담을 토로하는 것이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나는 이들에게 호응하는 수많은 댓글을 이해할 수 있었다.


주변을 둘러 보면 얼마나 아픈 사람들이 많은지 모를 일이다. 겉으론 멀쩡하게 생활하는 듯 하지만 직장이며 가정이며 여러 곳에서 오는 압박에 힘들어 하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정말 안타까운 일은 그들이 아프다고 내색도 하지 못하고 더 나아가 그곳을 탈출할 용기도 없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저 유튜브의 백수들은 자신만의 결정을 했고 오롯이 그 결단을 책임지고 사는 사람들이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뭐, 정답은 없다. 정답이 없는 삶에 정답을 찾으려 할 때 문제가 발생한다. 적어도 백수라 스스로를 지칭하나 백수 아닌 이들은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려는 사람들이다. 인생은 짧다. 하고 싶은 것, 꿈꾸고 싶은 것 하는 삶이야 말로 행복한 삶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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