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지/문화 비평

케이드라마(K-DRAMA)의 인기는 어디에서 오는가?

공부를 합시다 2021. 10. 28.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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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의 <오징어 게임>(2021)의 전세계적 흥행 이후 이제는 이 드라마가 불러온 의미를 고민하려는 시도가 전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단순히 흥행의 산업적 측면을 고민하는데 그치지 않고 세계 곳곳의 사람들에게 호소하는 이면을 고민하려는 노력이다. 이제 "케이팝(K-POP)"이라고 일컫는 가요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는 "케이드라마(K-DRAMA)"라고 부르는 한국 드라마의 유행이 낯설지 않은 시대가 온 듯하다.

 

<오징어 게임> 이전에도 넷플릭스에서는 다수의 케이드라마가 일부 지역에 한정되기는 하지만 차트의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었다. 아마도 <오징어 게임>은 케이드라마의 인기 정점을 찍은 작품으로 기억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새로운 국면으로의 전환을 암시하는 것 같다. 아시아를 넘어 미국이나 유럽까지 흥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케이드라마에는 특별한 무언가가 있는가?

 

케이드라마의 일반적 호소력을 성찰하기 위해서 주목할 것은 <오징어 게임>을 시청한  전세계 사람들의 반응이다. 미디어 종사자의 기사보다도 좀 더 날 것의 반응을 관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에피소드별 리액션 비디오에서는 이 드라마를 포함해 케이드라마의 강점을 넌지시 살펴볼 수 있다. 이중에서도 <오징어 게임> 에피소드 6은 아마도 가장 희자되는 극중 이야기일 것이다.

 

이 에피소드에서 참가자들은 구슬치기 게임을 한다. 그런데 게임에 임하기 전 참가자들은 게임의 정체를 모른 채 각자가 자신의 파트너를 선택한다. 앞선 에피소드 5에서 줄다리기라는 협동 게임을 치른 이후였기 때문에 이들은 다음 게임을 팀 게임으로 생각한다. 따라서 협업이 잘 될 만한 동료를 고른다. 그러나 알다시피 다음 게임은 상대와 벌이는 목숨을 건 데스 매치다.이런 반전이 케이드라마에서는 낯설지 않다.

 

에피소드 6에서 참가자 사이의 환대는 적대로 돌변한다. 이런 모순적 상황에서 게임의 플레이어들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자신의 동료, 친구, 남편, 아내와 목숨을 건 내기를 한다는 설정 자체가 극의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린다. '아무도 예상 못한' 극적 긴장이야말로 케이드라마의 강점일 것이다. 아마도 이런 연속적으로 우연한 사건의 정점을 찍는 드라마 장르는 '막장 드라마'이다. 물론 그런 긴장을 고조시키기 위해서는 이전부터 호흡을 조절할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관객은 서서이 주인공과 일치해 정서적으로 동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보통 "신파"라 부르며 억지로 눈물을 짜내는 극을 사람들은 경멸한다. 그러나 케이드라마의 신파(?)는 확실히 다르다. <오징어 게임>은 삶의 막다른 골목에 이르러 강요받게 되는 선택을 설득력있게(!) 그려낸다. '당신에게도 이 사건은 발생할 수 있다!' 이런 기시감은 케이드라마가 현실의 모순을 정면으로 다루기 때문에 가능하다. 그 덕분에 지역, 문화, 인종 등에 상관없이 사람들은 쉽게 정서적 일치에 이른다. 리액션 비디오에서 해외 팬들의 눈물은 보통의 인간이라면 누구나 느낄 법한 감정에 호소하기 때문에 생겨난다.

 

물론 케이드라마의 흥행 성공이 이야기의 내용적 측면만 관계가 있지는 않다. 가령, 표현적 측면에서 <오징어 게임>은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1회부터 시선을 사로잡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의 영희 로봇, 그리고 놀이터를 방문한 듯한 화려한 색감까지. 할리우드 시즌제 드라마 한편을 만들 예산으로 드라마 시즌 전체를 만들 수 있는 나라가 몇 나라가 될 것인가. 게다가 흥행까지 답보할 수 있다면.

 

할리우드의 마블 시리즈에 지친 시청자들은 이제 다른 이야기를 원한다. 세계의 콘텐츠 공장이던 할리우드가 자본의 이익을 위해서 한국으로 눈을 돌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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