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지/문화 비평

요즘 광고: 나이키 <새로운 미래>(2021)

공부를 합시다 2021. 6. 2.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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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텔레비전을 보는 일이 거의 없다. 단, 저녁 식사와 함께하는 저녁 뉴스만 빼고. 그외 영상을 소비하는 경우는 유튜브와 같은 영상 플랫폼을 통해서다. 이때 항상 광고를 보게 된다. 그러나 그 짧은 광고조차 어느 때는 빼먹고 싶은 유혹에 시달린다. 몇 십초 안되는 시간조차 참을성이 없어진지 오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나의 시선을 사로잡은 광고 한편이 있다. 바로 나이키의 광고 <새로운 미래>(2021)이다.

 

오프닝부터 요란한 고함 소리와 함께 긴급한 음악이 흘러 나온다. 흡사 전쟁을 앞둔 병사를 독려하는 목소리 같다. 그러나 곧 우리는 진실을 마주한다. 체육복을 입은 학생들이 운동장에서 단체로 엎드려뻗쳐 기합을 받고 있다. 아마도 고함을 치는 성인 남성은 체육 선생 같다. 그리고 하나의 목소리가 스크린을 꿰둟고 나온다. "우리 언제까지 이래야 되는 거야?" 클로즈업으로 확대된 소녀의 얼굴은 어떤 분노로 터질 것 같다. 그리고 계속되는 질문들.

 

각기 다른 질문이지만 이들은 공통적으로 '왜?'라고 묻는다. '왜 머리를 깍아야 하지? 왜 시키는 대로 해야지?' 등. 이때 이해할 수 없는 현실을 바꾸는 계기는 단 하나의 질문으로 시작한다. 바로 '만약'이다. 이 가정이 어떤 현실인지는 명확하게 목소리로 표현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안다. 지금까지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던 분노를 유발시켰던 그 현실을 말이다. 따라서 이 먄약이라는 질문과 함께 화면 속에 인물들이 모두 화면 밖으로 시선을 던질 때 어떤 짜릿함이 느껴진다.

 

지금껏 고개를 숙이고 무력했던 얼굴은 카메라를 뚫어지게 쳐다보면서 반전을 맞는다. 이제 운동은 억압에서 벗어난 활동이다. 누군가의 지시나 고함에 의지하지 않고도 운동을 할 수 있다. 게다가 즐겁게 말이다. 전반부를 지배하던 무력감 따위는 이제 없다. 광고의 후반부를 차지하는 힘은 놀이에서 발산되는 에너지다. '운동은 즐거워야 한다.' 이것이 바로 이 광고의 메시지다. 나이키는 엔딩 크레디트에 "Play New"라는 문구로 이 광고를 끝낸다. 정말로 우리는 다른 운동을 할 때가 됐다.

 

과거 학원식 운동의 폐해가 많이 없어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곳곳에 잔재가 많이 남아 있다. 언어적 폭력에서 시작해 물리적 폭력, 심지어 성폭력이 잊을 만하면 뉴스로 전해진다. 이런 현실에서 누군가의 아들, 누군가의 딸들은 그 고통 때문에 평생을 끔찍한 트라우마에 시달려야 한다. 즐거워야 할 운동이 고통과 함께 내면의 분노로 이어져 심지어 목숨을 끊는 현실이 우리의 슬픈 자화상이다. 이제 더 이상 참아서는 안 된다. 이제 달라질 때가 됐다. 이를 위해서 우리 모두의 지지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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