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지/문화 비평

빈센조가 악당을 처리하는 방식

공부를 합시다 2021. 5. 4. 17:41
반응형

최근 드라마 <빈센조>가 끝났다. 꾸준히 따라가보며 보지는 않았지만 드문드문  시청한 드라마다. 최종회가 방송되자 그 결말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가 나온다. 기존 드라마와 다른 결말 때문인가 보다. 특히 주인공이 악당을 처리하는 방식에 대해 '색다르다', '통쾌하다'는 등 반응이 주류를 이룬다. 물론 이런 호평만 있지는 않다. 15세 이상 시청 드라마치고는 그 결말이 너무 잔인하다는 비판도 있다. 그렇게까지 다 보여줄 필요가 있었을지 의문을 표현하는 것이다.

 

이 드라마가 악당, 장준우(옥택연), 최명희(김여진), 한승혁(조한철) 등을 처리하는 방식은 그들의 악행만큼이나 가학적이다. 한승혁은 법원 앞에서 장준우가 보낸 괴한에게 살해되고 그 장면을 수많은 취재진이 지켜본다. 계단에 피를 흘리며 쓰러진 그는 그저 기사거리일 뿐이다. 최명희는 의자에 묶인 채 산 채로 불태워 살해된다. 그토록 그녀가 좋아하던 줌바 댄스의 음악 소리와 함께 말이다. 그리고 최종 악당 장준우는 '속죄의 창'이라는 고문 도구에 묶여 피를 흘리며 죽어간다. 그의 최후를 지켜보는 것은 까마귀가 유일하다.

 

악당의 최후는 그들이 흘린 피만큼이나 끔직하다. 빈센조는 그들에게 어떤 자비도 베풀지 않는다. 과거에 경고했고 실천했을 뿐이다. 이런 점에서 이 마피아 주인공은 기존 한국 드라마의 공식을 따르지 않는다. 기존 작품이라면 법적인 처벌이나 아니면 사회적 몰락 정도를 보여줬을 것이다. 어떤 악행을 행했든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자인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빈센조>는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의 정의를 충실히 이행한다.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악인들이 앗아갔듯 이런 행동의 대가는 그들의 죽음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드라마의 결론이 나는 마음에 든다. 악인의 몰락은 철저히 응징되고 거기에 어떤 자비도 없어서다. 게다가 그 악당들이 권력자인 탓에 이 결말에 통쾌함까지 든다. 설사 현실에서 이뤄질 수 없는 '상상적 해결'일지라도 좋다. 우리는 드라마에서 해피엔딩을 바란다. 아마도 그런 결말이란 선한 자는 복을 받고 악한 자는 처벌되리라는 기대일 것이다. 그러나 현실의 우리는 모두 안다. 그것은 그저 가상의 이야기일 뿐이라고.

 

언제나 악인은 잘만 사는 듯 보인다. 그들의 운명은 그들에게 보복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빈센조>의 결론에 반응하는 수많은 사람의 댓글은 어떤 기대를 보여준다. 빈센조의 대사마냥 세상은 언제나 잔인했다. 특히 약자는 대가를 험난하게 치렀다. 그러나 드라마는 악인을 잡는 악인(?)을 보여줌으로써 상상으로나마나 위로를 보낸다. 선한 자가 피를 흘린 만큼 언젠가 악인도 피를 흘릴 거라는 경고를 하면서 말이다. 이 드라의 결말마냥 정의는 유예될 뿐 언젠가 실현될 것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