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지/문화 비평

김어준은 돈값을 하나?

공부를 합시다 2021. 4. 19.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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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궐 선거가 끝나자 재미난 기사가 났다. 단발성 기사긴 하지만 포털에 걸치니 제목이라도 보게 된다. 다름 아니라 TBS <뉴스공장>을 진행하는 김어준의 연봉에 관한 기사다. 요지는 김어준의 몸값이 비싸다는 것이다. 이런 황색지에 보조를 맞추듯 국민의힘 의원이 맞장구를 쳐주고 계속 이슈를 끌어가고 싶은 모양세다. 그런데 언제나 그렇듯 이런 주장이 사실에 기초하지는 않는다. 해당 방송사에 문의를 한다든지, 아니면 당사자 김어준에게 연락을 한다든지 사실을 확인하고픈 의지는 없다. 왜? 그냥 흠집내고 싶은 기사나 주장이기 때문이다.

요즘 이런 김어준 기사를 보면 참 재미있다. 선거 전에는 공정성 시비를 걸더니, 선거 결과가 나오자 이제는 돈으로 문제를 삼고 있기 때문이다. 돈값을 못하니 빨리 내쫓으라는 게 그들 주장의 근거다. 국민청원에도 김어준 퇴출을 건의했다던데, 김어준의 영향력이 저쪽 진영에서는 눈엣가시긴 가시인가보다. 이번 보궐 선거를 보수 미디어의 압도적 화력에 이겼으니, 그들 입장에서 스피커 하나만 없애면 다음 선거에서 손쉽게 이길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문제는 사람들이 여기에 호응을 해주냐는 일일테다. 그런데 딱히 여기에 반응하지 않으니 저쪽 입장에서는 골칫거리다. 결국 중요한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해당 방송사에서 애써 공표(https://blog.naver.com/tbstv/222310881559)했듯 <뉴스공장>의 연간 수익은 70억이다. 그리고 해당 방송의 제작비는 그 수익의 10%에도 못 미친다. 제작비의 상당액은 김어준의 출연료일테지만, 김어준의 몸값을 문제삼는 저쪽의 말처럼 과한 액수는 아니다. 설사 그 금액이 억대가 아니라 수십억이라도 하더라도 무엇이 문제란 말인가? 만약에 10배 이상의 수익을 안겨주는 출연이라면 이처럼 수지 맞는 장사가 어디있나.

내가 방송국 사장이라면 저런 출연자를 감사히 여길 것이다. 전체 수익의 상당 부분을 거의 원맨쇼로 책임져주니까 말이다. 그런데도 흠집을 내는 기사를 보면, 해당 매체나 기자가 얼머나 독자를 우습게(?) 여기는지 알 수 있다. 미디어 조작도 세련되게 해야 먹히는 시절이다. 무조건 의혹 제기는 오히려 화를 부른다. 처음 문제를 제기했던 <쿠키뉴스>를 보는 이가 얼마나 되나. 솔직히 포털에 떠 있지 않으면 눈길도 안 줄 매체다. 찌라시도 이렇게 기사는 안 쓴다. 그럴듯한 근거를 부쳐야 할 게 아닌가.

김어준은 돈값을 한다. 물론 공정하지는 않다. 그가 친민주당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다 안다. 그런데 여기서 물어보자. 언론이 공정해야 한다고 믿는가? 가령, 조선일보가 공정하리라 기대하는가? 나는 이런 전제부터가 잘못이라고 본다. 해당 미디어를 신뢰하는 이라면 애초 자신의 구미에 맞는 미디어를 선택하게 마련이다. 여기에 공정이나 정의 따위가 중요한 게 아니다. 중요한 요소가 하나 있다면 그들 주장의 근거가 되는 사실일 것이다. 뭐 이것조차 많은 경우 생략하거나 왜곡하니 문제긴 하지만 말이다.

아, 그래도 처음 의혹 제기를 한 기자는 돈값을 하려고 애쓰는 게 보인다. 먹고 사는 게 이렇게 힘들다. 직장에서 잘리지 않으려고 영혼 없는 기사 작성하는 그의 고통이 얼마나 심하겠는가. 마지막으로 박봉에 시달릴 그에게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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