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기와 글쓰기/글쓰기

제안서 빨리 쓰는 방법

공부를 합시다 2022. 9. 6.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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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밥벌이 중 가장 큰 부분은 강의다. 요즘에는 학교에서 한학기 섭외를 받아 진행되는 강의보다 1회성 강연이 많다. 그래서 하루 일과 중 중요한 과제는 제안서 쓰기다. 강연 에이전시나 관련 카페 등에 올라온 강연 섭외에 응하기 위해 제안서를 꾸준히 보내야 한다. 개별적으로 섭외가 들어오는 것이 가장 좋지만 그렇다고 내가 앉아서 기다릴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런데 제안서 쓰기 만만치 않다. 시간을 투입한다는 게 일이고 거기에 걸맞게 성과가 안 나면 맥이 빠지기 때문이다.

 

내가 제안서를 쓸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완성도가 아니다. 섭외 마감 일자에 맞춰 보내야 하기에 중요한 것은 시의성이다. 잘 쓰기 보다는 빨리 보내는 게 중요하다. 제안서를 빨리 쓰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기존에 작업한 제안서 양식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의 경우 강연 제안서라는 특수성 때문에 그 형식은 제안 배경, 강연 대상, 강연안, 기대효과, 프로필 등으로 구성된다. 이 형식에 맞게 제안서 내용을 구성하는 게 제안서를 쓸 때 과제다.

 

제안서의 목적에 따라 앞서 언급한 전체적인 구성은 달라질 수 있다. 그럼에도 제안서도 글이니 일단 많이 쓰면 능숙해지게 마련이고 빨리 쓰게 된다. 시간이 촉박할 때 나는 과거 비슷한 제안을 참고삼아 수정을 거친다. 내가 할 수 있는 강연 주제는 제한되어 있으므로 나는 각 카테고리별 제안서를 보관하고 그때그때 강연대상이나 강연시간 등을 고려해 고친다. 동일한 주제라고 해서 그냥 수정 없이 보내지는 않는다. 의뢰인의 요구 조건은 각양각색이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제안서 빨리 쓰기의 노하우는 주로 형식과 관련이 있다. 일종의 템플릿을 미리 준비하고 내용을 채워 넣는 방식이다. 그러나 아무리 형식이 갖춰도 내용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성과를 내기 어렵다. 그러므로 나는 제안서를 준비할 때 섭외자의 조건에 따라 내용을 수정한다. 특히 새로운 내용을 첨가해야 한다. 설령 강연 주제가 별반 시의성이 필요없는 것이라도 말이다. 왜냐하면 의뢰인은 설령 그들이 선택한 주제가 과거나 지금 동일하다고 하더라도 새로운 것을 원하기 때문이다.

 

제안서 쓰는 데 걸리는 시간을 나는 짧게 잡는다. 첫째 초고는 빠르게, 마지막 퇴고는 천천히 하기 위해서다. 일단 착상이 떠오르면 고치지 않고 그냥 쓴다. 그리고 서서이 시간을 내 고친다. 이래야 형식이나 내용에 있어서 깔끔한 제안서가 완성된다. 사소한 실수, 가령 표현 등도 제안을 받는 입장에서는 부주의하게 보일 수 있고 그런 실수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퇴고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모든 제안서가 성공하지는 않는다. 솔직히 나는 직접 제안서를 접수해 섭외를 받는 성공률을 낮게 본다. 인지도도 낮고 기존에 관계가 없는 사람이 이런 식으로 섭외된다는 게 나의 경험상 그리 쉽지 않다. 아마도 그 성공률이 10% 아닐까. 그럼에도 내가 응답없는 제안서를 보내는 이유가 있다. 목 마른 사람이 우물을 찾는 이유 외에도 모든 성공은 시도에 비례하기 때문이다. 나는 실패 따위는 두렵지 않다. 그러니 이 정도의 작은 실패를 겁먹을 필요가 전혀 없다.

 

제안서를 쓰면 쓸수록 요즘 트렌드를 확인할 수도 있고 강의안을 생각하면서 미래의 강연을 준비할 계기도 마련된다. 강연안을 포함시켜야 하기 때문에 개략적인 구상을 위해서라도 공부가 병행돼야 한다. 개론서 정도를 참고해 전문용어라든지 최신 이론 등을 고려해 제안서를 쓰기 때문이다. 끝으로 오늘도 제안서를 쓰고 있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빈다. 노력하면 결과는 나온다. 문제는 그 이전에 포기하니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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