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의 세계/거래를 합니다

한국에서 주식을 거래한다는 것

공부를 합시다 2022. 4. 5.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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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부모님 기일을 맞아 성묘를 했다. 간단한 식이 끝나고 각자 일이 있어 헤어지려고 하자 여동생이 슬그머니 묻는다. 주식으로 생활비는 나오냐고. 내가 지난 1년간 '전업 아닌 전업'으로 트레이딩에 열중한 것을 아는지라 묻는 것이다. 나의 대답은 이제는 잃지 않는다였다. 여기서 주의하기로 하자. 이제 버는 게 아니라 이제 잃지 않는다가 나의 대답이었다. 이것도 소득이라면 소득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1년간 거의 매일(?) 트레이딩을 한 결과 내가 느낀 것은 한국 시장은 복마전이라는 것이다. 숱한 개미의 시체를 밟고 황소와 곰이 돈잔치를 하는 곳, 그런 장소가 바로 한국 주식 시장이다. 오늘도 재미난(?) 일이 있었다. 어제 나는 소위 상한가 따라잡기라고 부르는 매매를 했다. 요즘 쌍방울 쌍용차 인수 테마로 덩달아 오른 한 종목을 따라 잡은 것이다. 오전에 안착한 종목은 장이 끝날 때까지 견고하게 상한가를 유지했다.

보통 장이 끝날 때까지 상한가가 유지되는 종목에 올라탄 투자자는 내심 다음날을 기대할 것이다. 갭 상승을 기다리며 시장의 달콤한 과실을 따먹을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무슨 일일까. 장이 시작되자마자 쌍용차 테마주로 묶여 상한가에 안착한 쌍방울 그룹의 종목들은 일제히 하한가로 곤두박칠쳤다.

상한가에서 하한가로. 어제 하루만에 30% 급등했던 종목이 하루만에 30% 하락으로 시작한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기술적 반등을 시도한 몇몇 종목은 과도한 낙폭을 만회할 기회라도 줬다는 점이다. 물론 잠깐의 시간이었지만. 아마도 어제 상한가 따라잡기를 시도한 많은 투자자는 오늘 하한가를 그대로 때려 맞았을 것이다.

어제 상한가 따라잡기를 시도한 나는 재앙을 피했다. 이것이 무슨 일이냐고. 오전에 상한가 종목에 안착한 나는 그놈의 급한 성질 때문에 3~4% 정도의 수익을 보고 팔아치웠던 것이다. 때마침 다른 종목의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그리고 재료가 약하다는 판단 아래 내린 결론이었다. 말 그대로 운이 좋았다.

천당과 지옥을 오간 종목들이 그렇게 움직인 이유는 따로 없었다. 다급하게 기사를 찾아보니 뭐 이런 식이다. 쌍방울 계열사의 자금 사정이 좋지 못하다나 뭐라나. 실적으로 오르지 않고 오로지 테마로 오른 종목이었으니 오른 이유도 떨어진 이유도 딱히 실체가 없다. 그저 쓴웃음만 지울 수밖에 없는 현실이었다. 슬쩍 해당 종목의 재무비율을 살펴본 이라면 이들 종목이 형편없는 펀더멘털을 갖췄다는 것은 누구나 알았을 것이다.

누구를 탓하랴. 이것이 한국의 주식 시장일 것을. 그저 오늘 운좋게 재앙을 피한 것을 감사히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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