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지/낙서장

나이 들어 좋은 점

공부를 합시다 2021. 11. 22.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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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나이가 들면 좋은 점보다는 나쁜 점이 먼저 보이는 법이다. 가령 체력과 같은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예전에는 술을 마셔도 다음 날 멀쩡했는데 어느 날부터 예전같지 않다는 신호를 몸이 보낸다. 그러면 저절로 나이가 들었구나라는 자각을 하게 된다. 이밖에도 나이가 든다는 것은 변화보다는 안정을 추구하는 삶이므로 젊을 때보다는 역동적인 삶을 살기가 힘들어진다.

 

이런저런 나이듦의 나쁜 점을 꼽으라면 끝이 없을 것 같다. 그럼에도 나는 확실히 나이가 들어 좋아지는 점이 있다. 단순히 경제적 안정과 같은 물질적 조건을 뜻하는 게 아니다. 정신적인 면에서 어릴 시절 생각해보지 못한 사실을 깨닫게 되는 게 미덕이다. 대표적으로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싫어하는지와 같은 진정한 욕망을 대면하게 된다.

 

어릴 때 나의 경우 주변 시선을 많이 의식하는 삶을 살았던 것 같다. 독립적인 삶을 살겠다고 선언했지만 그럼에도 주변의 시선을 적당히 맞추고 살았다. 한마디로 예의바른(!) 놈이었다. 그런데 마냥 이런 삶이 행복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부모의 기대에서 시작해 규범이나 예절 등을 준수하는 삶은 때때로 피곤하다. 물론 타인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고 사는 생활은 여전히 가치가 있다. 그럼에도 자신의 욕망을 무조건 억제하는 삶은 정신 건강에 해롭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다음에 내가 정말로 원하는 삶을 살아가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주변에서 이제 나잇값을 해야 하지 않겠니라는 말을 들어도 상관하지 않았다. 어차피 그들은 타인에 불과하고 나의 삶을 대신 살아줄 이들이 아니었기에 무시했다. 그렇다고 번민이 없지는 않았다. 이 길이 맞나라는 생각을 가끔, 아주 가끔 지금도 한다. 기획했던 프로젝트 결과가 생각만큼 도출되지 않으면 그때 다른 선택을 했어야 하나라는 후회가 밀려온다.

 

시간이 지나면 그래도 결론은 하나다. '너는 잘 살고 있다!' 타인의 기준에 재단된 삶이 아니라 가슴 뛰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결심했기에 어떤 선택이건 책임질 준비가 돼있다. 내세나 윤회와 같은 사후 삶의 기대조차 없는데 이번 생을 헛되이 살면 얼마나 억울할까. 그래서 나는 매일 스스로에게 묻는다. '너는 정말 무엇을 원하는가?' 그 답이 어느 시절보다 분명하다는 점이 나이 들어 좋은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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