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지/낙서장

독서의 기쁨

공부를 합시다 2021. 11. 15.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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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은 오랜만에 하루 종일 책을 읽었다. 평소에도 책을 읽기는 하지만 주말만큼은 아니었다. 왠지 토요일과 일요일은 어디 나가야 할 것 같고 놀아야 할 것 같아 독서와 같은 정적인 활동(?)은 멀리해왔다. 그러나 딱히 누구를 만날 약속도 없고 해서 주중에 읽던 책을 집어 들었다. 처음에는 과연 집중이 될까 반신반의했다. 가뜩이나 평소 책 읽는 게 일인데 주말까지 시간을 할애하는 일이 한편으로는 너무나 싫었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을 돌이켜보면 그 시간만큼 집중한 시간이 없었던 것 같다. 근래 나는 한권의 책을 거의 수주에 걸쳐 매달리고 있다. 한번 완독했지만 이론서였기에 읽고 또 읽고 하는 식이다. 나의 독서 스타일은 한결 같다. 일단 빠르게 완독하고 미진한 부분을 재차 읽어 나간다. 수많은 낙서와 줄이 쳐진 종이 사이로 질문도 던지고 답변도 하면서 읽어 나가는 방식이다. 그런데 요새 잡고 있는 책은 꽤나 오랫동안 평소 고민하던 문제에 답변을 주었다.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은지라 어떨 때는 독서의 순간이 고역이 될 때가 있다. 너무나 내면에 갇혀서 살고 있지 않나라는 걱정이 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선 독서처럼 앓던 이를 빼내는 답변을 얻었을 때는 아니다. 욕조에서 목욕하던 아르키메데스를 뛰쳐나가게 만들었던 그 기분을 알 것 같다. 문제의 해결을 얻었으니 이제는 그 방법을 적용할 일만 남았다는 생각에 저절로 신이 났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어제의 착상이 사라질까 조마조마했다. 그 희열이 사라지기라도 할까봐 책 여기저기 휘갈긴 낙서를 다시 보고 계속 되뇌었다. 혹시라도 알라딘 램프의 지니처럼 사라지기라도 할까봐. 책을 읽다 순간적으로 번뜩이는 기분이 참으로 오랜만이다. 예전에는 학교에 소속되어 공부할 때는 책 읽는 일이 스트레스였다. 학점을 위해서 그리고 논문을 위해서 해야 하는 숙제였기 때문이다.

 

이제는 내게 저런 강요를 할 무엇도 없다. 거의 모든 책은 자신만의 연구를 위해 읽는다. 나의 프로젝트를 완성하기 위해서 도움이 될 만한 책을 읽는 것이다. 그러니 독서를 게을리 한다면 나의 과업은 절대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나는 오늘도 주말에 읽은 책을 여전히 만지작 거리고 있다. 스스로의 언어로 답변을 만드는 과정을 숙성시키고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내게는 독서는 기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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