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지/낙서장

금주의 로또 당첨 번호를 알려드립니다

공부를 합시다 2021. 10. 23.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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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복권을 사본 경험이 거의 없다. 하다못해 술김에 산다는 즉석 복권도 편의점에서 사본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이유를 찾자면 원래 요행을 잘 기대하지 않은 성격도 있지만 그 운조차 기대하는 나약한(?) 자신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마음 때문이다. 그러나 일이 잘 풀리지 않거나 "로또"라고 대문자만하게 입간판이 내걸린 복권방을 지날 때면 한번 사볼까하는 유혹에 빠지곤 한다. 그런데 주변 사람들은 과연 로또와 같은 복권에 대해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질까?


블로그 작성을 위한 글감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나는 종종 구글 트렌드를 검색해본다. 그런데 재미난 사실을 최근 알았다. 매주 토요일이면 어김 없이 등장하는 키워드가 있다. 다름 아닌 그 주의 로또 당첨 번호다. 혹시라도 한가로운 일요일 오후라면 구글 트렌드를 방문해 전날의 인기 키워드를 검색해보기 바란다. 토요일의 인기 급상승어로 '로또 000회 당첨번호'가 명단에 배치돼 있을 것이다.


리스트에 올려진 로또 당첨번호 검색어를 보자마자 웃음이 터져나왔다. 세상 사람들은 다들 비슷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세상에서 한번 정도 로또와 같은 행운을 꿈꾸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 같다. 지루한 반복에서 짜릿한 차이를 바라는 것은 인지사정이다. 물론 로또를 구입하는 많은 사람들이 어떤 확률과 같은 계산을 하고 복권을 구매하지는 않을 것이다(?).


과거에 내 선배 하나는 로또 확률이 벼락을 맞을 확률보다도 낮다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하는 소리가 있었다. 로또와 같은 복권의 선택은 합리적 선택과는 전혀 상관없다는 것이었다. 자신의 행운 번호를 누구나 하나 정도는 가지고 있으니 말 그대로 자신의 운을 일주일에 한번 시험해 보기 위해 로또를 구입한다는 것이 그 선배의 주장이었다. 그의 말처럼 로또를 구입하는데 거기에 어떤 합리적 근거를 대고 구입하는 사람이 있을까싶다.


한 주가 마무리된다. 오늘 복권방 안에는 자신의 행운을 걸고 로또를 구입하는 사람들이 서성일 것이다. 나는 가끔, 아주 가끔 꿈을 꿀 때마다 이것이 길몽이 아닐까 생각해보곤한다. 그리고 로또를 한장 구매해야 하지 않을까 고민한다. 그러나 언제나 나의 선택은 같다. 로또를 구매할 돈으로 맛있는 점심 식사나 간식을 사먹는다. 내게는 달콤한 당첨의 꿈보다 더 소중한 것이 지금 당장의 맛있는 음식이기 때문이다. 행운이 별 게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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