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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상식에 대하여

공부를 합시다 2021. 5. 6.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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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약자'가 약자가 아니라고 느낄 때가 많다. 그저 약자 코스프레를 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며 화가 난다. 소수자를 배려하는 일은 바람직하지만 단순히 그 집단에 속했다고 해서 모두가 선하지는 않으니 문제다. 따라서 이타적 행동도 가려가며 해야 한다. 최근에 나는 그런 생각을 다시 확인할 일이 있었다.

 

일주일에 한번은 근처 대형 슈퍼마켓에서 이런저런 찬거리를 산다. 장기간 보관이 가능한 생필품이라면 인터넷으로 그냥 주문하겠지만 음식이나 급한 물건은 근처 마트에서 구입한다. 약간의 돈을 아끼는 것보다 그것이 더 편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가 자주 가는 슈퍼마켓에서 요즘 할인 행사를 하고 있다. 일정한 가격 이상의 물품을 구입하면 사은품을 주면서까지 말이다.

 

혼자 살고 일주일 찬거리를 사니 내가 사는 금액이 그렇게 크지는 않다. 그러니 할인 행사를 한다고 해서 사은품을 받을 정도로 상품을 구입할 일은 거의 없다. 그런데 그날 따라 이것저것 사다보니 내가 그 금액을 맞췄나보다. 그런데 문제는 사은품을 나눠주는 코너에서 신용 카드 호객 행위를 겸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데스크에 있던 중년의 여성은 신용 카드 발급을 권했다. 그리고 당연히(?) 나는 거절했다. 평소 쓰는 신용 카드가 있을 뿐만 아니라 그밖에 XX페이 등을 사용하는지라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거부 의사를 밝혔음에도 그 직원은 다시 한번 나에게 카드를 권했다. 재차 말하자 나는 대꾸했다.

 

"카드 많아요!"

 

그러자 직원의 말.

 

"그러니까 하나 발급해주고 가요."

 

'카드가 많다고 하는데 왜 발급하라는 소리를 할까?' 이치에 맞지 않은 직원의 말에 잠시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갑자기 다음 생각이 떠올랐다. '상대의 사정이 어떻건 자신은 실적을 올리면 그만이니 신청하라는 소리 아닌가.'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짜증이 났다. 뭐라고 한마디 할까라는 충동을 억누른 채 몸을 돌렸다.

 

집에 와서도 나는 저 사건의 잔상이 오래 남았다. 주변 사람들에게 나름 예의 바른 인간으로 통하는데 가끔, 아주 가끔 그런 태도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다. 한마디로 사람을 띄엄띄엄보고 착취하는 자들이다. 저 카드 발급을 권하는 사람도 그런 사람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적을 올려야 먹고 사는 사정이야 이해를 한다지만, 막무가내로 사람을 이용하려 했다는 자체만으로도 불쾌감이 스물스물 올라왔다.

 

물론 무시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머리는 이해해도 감정은 수긍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그 앞에서 대판 싸울 일도 아니었다. 아마도 그랬다면 사소한 일에 화를 낸 내 자신이 너무나(!) 싫었을 것이다. 다만 내가 상식이라고 믿었던 많은 것들이 나이가 들수록 상식이 아니구나라고 느낄 뿐이다. 당위와 사실은 거리가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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