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의 세계/비즈니스

우리 한번 가짜 뉴스를 만들어보자

공부를 합시다 2021. 4. 27.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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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가장 흥미롭게 읽었던 책은 라이언 홀리데이(Ryan Holiday)(이하 "홀리데이")의 <나는 미디어 조작자다(Trust me, I'm lying)>(한재호 역, 세종도서, 2020) 이다. 한때 아메리칸 어패럴에서 젊은 나이에 마케팅 이사를 지낼 정도로 탁월한 마케팅 능력을 인정받았던 사람이다. 이 책을 내가 발견하게 된 이유는 라이언 홀리데이의 전작 때문이다. 처음 읽었던 책은 '그로스 해킹'에 관한 짧은 책이었는데, 이후 작가의 전작을 서핑하던 중 발견한 책이 바로 <나는 미디어 조작자다>였다.

 

요즘 블로그를 새롭게 단장하다보니 어떻게 하면 트래픽을 늘려볼까라는 생각에 고민이 많았다. 단순히 블로그 때문만은 아니다. 원래 미디어에 관심이 많았고 항상 대중의 욕망에 관심이 컸기 때문이다. 그러던 차에 홀리데이의 책은 근래 인터넷 문화의 양면을 정확하게 꼬집고 있어서 기억에 남는다. 특히 '가짜 뉴스'에 둘러쌓여 사는 우리로선 귀담을 만한 통찰이 있다.

 

이 책은 미국적 배경에서 써진 책이므로 본문에 등장하는 고커(Gawker), 데드스핀(Deadspin), 데일리 비스트(The Daily Beast), 드러지 리포트(Drudge Report), 버즈피드(BuzzFeed)등 블로그는 생소하기만 하다(참고로 저자는 '블로그'를 꽤 폭넓은 의미로 사용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블로그부터 웹사이트, 소셜미디어 등을 통칭하는 용어로 이 단어를 사용한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꽤나 선정적(?)인 제목을 달고 있는 이 책이 우리나라에선 그렇게 인기를 끌지 못했다. 해당 블로그를 둘러싼 맥락을 정확하게 알 수 없으니 흥미는 약간 떨어진다고 할까.

 

특수한 맥락을 제외하더라도 이 책은 오늘날 '가짜' 뉴스가 왜 생겨나고 어떻게 퍼져나가는지를 자세하게 소개한다. 나는 '뉴스'란 단어를 사용했는데, 이 단어가 꼭 기성 언론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마케팅을 위해서 일반 기업조차 트래픽을 늘리기 위해 열중하지 않던가. 트래픽을 늘리는 일이야말로 뉴스 만들기와 똑같다. 따라서 오늘날 인터넷에서 벌어지는 활동 모두가 뉴스 제작과 비슷한 생리를 지닌다. 아마도 누군가는 이 "가짜"란 수식어에 혐오감을 보이겠지만 말이다.

 

언젠가부터 우리는 진실과 거짓이 경계가 흐릿한 시대에 살고 있다. 저자가 걱정하고 있는 대목이 이런 인터넷 현실이다. 한때는 누구보다도 마케팅 효과를 위해서 거짓 사건을 조작하는데 열중했던 이 사람이 개과천선한 이유가 이 때문이다. 이런 괴물에 계속 밥을 주다가 자신조차 잡혀 먹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컸던 것이다. 실제로 저자는 자신의 피해담을 털어 놓기도 한다. 그런데 이 책은 단순한 고백록이 아니다. 이 책의 전반부는 바로 자신이 벌였던 미디어 조작의 방법 등을 몇 가지 원칙으로 정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디어 조작의 원리는 블로그든, 웹사이트든, 소셜 미디어든 별반 다르지 않다. 저자는 이런 지점을 정확히 이해하고 이용한 사람이다. 특히, 인터넷의 '미디어 가치 사슬'을 강조한다. 우리는 통상 상위 사이트의 트래픽을 중시하지만, 현실은 아래 사이트의 뉴스는 인터넷의 사슬을 타고 위 사이트로 올라가기도 한다. 저자가 여론 조작을 위해 이용했던 것도 이런 인터넷의 하이퍼텍스트적 특성이다. 별 볼일 없는 소규모 블로그를 이용해 소문을 확산켰던 것이다. 이때 중요한 동력이 바로 트래픽이다.

 

트래픽을 늘리는 것이 곧 돈인 현실에서 뉴스의 출처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일단 사람들의 관심을 끌면 그만이다. 클릭을 유도하고 확산되면 끝이다. 이것은 기성 미디어라고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언젠가 미디어에서는 '펙트 체크'라는 코너가 유행을 하고 있다. 이런 현실은 정말 웃기지 않은가? 예전에는 그저 미디어를 경유해 전달되는 뉴스는 사람들이 신뢰하던 시절도 있었는데 말이다. 물론 알 만한 사람들은 그 뉴스가 특정한 정파의 이해관계를 대변한다는 것을 알았지만 말이다.

 

인터넷 시대에서 가짜 뉴스란 괴물은 모두 대중을 선동하기 위해서 만들어진다. '누가 그랬다더라'는 말이 천리를 간다. 예전에는 그 속도가 느렸다면 지금은 순식간에 속보라는 이름으로 전달된다. 물론 진실은 알 바 아니다. 누누이 강조하지만 중요한 것은 트래픽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에 해법이 있을까? 재미있게도 저자는 책 말미에 답을 모른다고 고백한다. 약간 맥빠지는 답이지만 어쩌랴.

이제 이 괴물에게 먹이를 줄지 말지는 당신에게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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