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기와 글쓰기/말하기

사람들의 관심을 사로잡는 방법

공부를 합시다 2021. 4. 17.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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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오전 저의 텔레비전 단골 시청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거의 텔레비전 시청을 하지 않지만 일요일 그 시간대만큼은 특별한 일이 없다면 텔레비전을 그냥 틀어 놓습니다. 그 프로그램의 정체는 바로 MBC의 <신기한 TV 서프라이즈>(이하 <서프라이즈)입니다. SBS의 <동물농장>과 함께 저의 일요일 오전 시간을 책임져주고 있는 예능입니다. 2002년부터 방송됐으니 정말로(!) 장수 프로그램입니다. 그만큼 시청자의 지지를 받는 거 아닐까 싶습니다. 지난 번에는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경기를 이 시간대 중계해줘 결방됐는데 게시판 댓글을 보니 심심치 않게 시청자들의 항의가 보였습니다. 야구에 관심 없으니 차라리 <서프라이즈>를 보여달다는 요구였습니다. 이처럼 이 프로그램은 그 장수의 배경 뒤에 시청자의 성원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팬들은 <서프라이즈>의 무엇에 매료되는 걸까요?

개인적으로 저는 그 동력 중 하나를 이야기로 뽑습니다. 이야기 장르 중에서도 미스테리가 으뜸입니다. 설명하지 못하는 현상을 둘러싼 수많은 이야기가 이 프로그램의 단골입니다. 불가사의한 사건을 두고 벌어지는 이런저런 설명의 시도를 보고 있으면 자신도 모르게 빠져듭니다. 이야기의 마력이 작동하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이야기가 항상 속 시원히 그 답을 주지도 않습니다. 세상의 온갖 미스테리는 상당수 그냥 답이 주어지지 않은 채 떠돕니다. 그러니까 ‘미스테리’죠. 그런 미스테리를 보면서 인간의 이야기에 대한 강박을 생각해봤습니다. 우리는 정말로 이야기를 좋아하는데, 그 중에서도 사건과 사건 사이를 연결하려는 관계, 즉 인과관계를 파악하려는 어떤 충동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인간들 사이에서 그 관계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불안과 호기심이 동시에 존재하는 듯합니다.

이야기야말로 호기심이라는 ‘접착제’로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는 미디어입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이야기꾼이 되고 싶은 욕망이 있습니다. 낯선 모임에서 사람에게 호감을 얻고 환호를 받는 모습을 상상하곤 합니다. 그런데 여러분들도 느끼시겠지만 대부분 낯선 이 앞에서 자신을 드러내는 데 주저합니다. 거기에 더해 굉장히 불편해 합니다. 어느 정도는 거리를 좁히기 위해서 누군가 깃발을 들어야 하는데, 첫 손을 드는 일은 매우 힘듭니다. 지금은 그렇게 불편하지 않지만 예전에는 그런 상황이 불편을 넘어 초조까지 했습니다. 어떤 말이라도 꺼내야 할 듯 한데 선뜻 나서지 못하는 겁니다. 특히, 오프닝을 여는 게 굉장히 힘든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생각해낸 방법이 이야기입니다. 이야기로 거리를 좁히고 다가가려 노력했습니다. 공통의 화제가 될 만한 소재를 재료로 이야기로 풀어내는 거죠. 중요한 포인트는 그 이야기가 미스테리처럼 흥미진진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여기서 호기심의 원천으로 적절한 공백을 얘기하고 싶습니다. 모든 것을 공개하기 보다, 미스테리물처럼 질문을 던지지만, 부분적인 답 내지 가설만을 제시하는 겁니다. 특히 사교적인 현장에서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꺼낼 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가령, 사교적인 만남의 장에서 우리는 보통 직업을 소개하는데, 일이야말로 그 사람의 정체성을 규정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그런 소재는 별로 호기심을 유발하는 데 도움을 주지 않습니다. 외부의 사람이 그 일이 그렇게 궁금할리가 있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그 당시 관심갖는 아이디어를 적절히 공백을 남기며 이야기하는 편입니다. 취미라고 부를 만한 일도 여기에 포함됩니다. 그 자리에 모인 사람 사이에서 공통의 관심사가 될 만한 후보를 내놓고 반응을 보는 겁니다. 물론, 적절히 양념을 계속 쳐주어야 합니다. 일종의 MC가 되는 거죠. 질문을 던지고, 요약하고, 보충하고, 화제 전환도 하면서 말이죠. 그런 점에서 저는 종종 예능프로그램의 MC를 유심히 살펴보곤 합니다. 수많은 편집을 거친 결과물이지만, 그 진행에서 이야기의 호흡을 조절하는 법을 볼 수 있기 때문이죠.

 

여러분, 새로운 모임을 나갈 준비가 되셨는지요. 우리 이야기꾼이 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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