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기와 글쓰기/말하기

우리는 호모사피엔스인가?

공부를 합시다 2021. 4. 8. 16:07
반응형

 

하루 종일 책상에 앉아 있는 날이면 주요 일과가 컴퓨터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문서 작업을 하든, 서핑을 하든, 유튜브시청을 하든지 말이지요. 간혹 컴퓨터가 없던 시절에는 도대체 무얼 하며 놀았을까, 내지는 어떻게 일했을까라는 궁금증이 들 정도입니다. 우리의 일상에서 컴퓨터와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장치는 필수재처럼 다가와 있습니다. 그런데 디지털 환경이 마냥 좋지만은 않습니다. 업무의 효율면에서 능률을 높이기는 커녕 정신 산란한 조건을 더욱 배가시키고 있지 않나, 의심이 들기 때문이죠. 멀티 테스킹이 일상이 된 나머지 한 작업을 하면서도 끊임없이 다른 작업을 할 궁리를 찾고 있으니까요.

이런 점에서 모바일환경을 대표하는 스마트폰도 골치거리입니다. 쉬는 시간이건 업무 시간이건 스마트폰이 곁에 없으면 허전하고 심지어 불안하기까지 합니다. 일단은 곁에 두고 계속 스크린을 주시해야 안심이 됩니다. 문제는 정보의 획득면에서 능률적인지 모르지만 정보의 과잉 속에서 오히려 정보의 질은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그럴 때는 소위 ‘디지털 치매’가 아닐까 걱정이 됩니다. 업무의 효율성을 무기로 온통 디지털에 대한 찬미만 쏟아지는 요즘 깊이 사고하고 고민하는 시간은 점점 줄어드는 것 같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대인관계에서 주변 사람과 눈을 마주치며 대화하는 시간도 줄어 버리는 듯합니다. 하루 종일 상호작용하는 대상 중 가장 비중을 많이 차지하는 것은 스마트폰과 컴퓨터가 된 지 오래입니다.

 

 

영화 <혹성탈출: 종의 전쟁>(2017)은 인간 고유의 언어가 지니는 독특한 설정이 나옵니다. 대화하는 인간이 지니는 사고한다는 특성입니다. 영화의 배경을 살펴보면 전세계에서 '시미안 플루'라는 바이러스가 퍼져 인간은 점점 퇴화하는데, 그 증상이 인간은 실어증을 앓고 사고를 할 수 없게 된다는 것입니다. 영화의 배경은 말하는 능력과 사고 사이 깊은 연관을 보여줍니다. 말하는 능력은 타인과 소통에서 가장 원초적 수단입니다. 인간이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인간이 하나의 개인이 아니라 집단으로서 사회라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서로 대화하는 사이에 사고를 나누고 감정을 교감하는 가운데 우리는 진정한 인간으로 성장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문명의 토대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디지털 또한 문명의 이기입니다. 온갖 SNS만 살펴봐도 시간과 거리를 줄여 정보의 양과 속도를 배가시킵니다. 트위터와 같은 SNS에서 단문의 메시지가 수많은 팔로워를 거쳐 전파됩니다. 이런 점에서 여론의 형성이라는 데 디지털은 기여하는 바가 큽니다. 지난 촛불광장의 경험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대중의 생각을 결집하고 실천하는 데 이들이 쓰임새가 분명히 있습니다. 몇 년 전 겨울 광장에 나가건 그렇지 않건 수많은 메시지와 이미지를 이들을 통해서 접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분명히 이면에는 부작용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가짜뉴스’의 숙주도 디지털 환경입니다. 그런데 이들 원인은 미디어의 탓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생각하기 싫어하는 우리 자신에게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생각한다는 것은 깊이와 폭을 동반하는 사고일 수도 아니면 그저 정서, 느낌, 감정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것들은 인간과 접점에서 가장 활발히 얻어집니다. 이 얘기는 생각하기 위해서 누군가를 마주쳐야 하고 대화해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온라인에서는 이게 얼마나 이뤄질까요. 익명성이라는 가면에 쌓여 있기 때문에 진정한 대화는 이뤄지기 힘듭니다. 그래서 저는 일부러라도 오프라인에서 사람을 만날 기회를 마련하려고 노력합니다. 더불어 디지털로 대표되는 스마트폰과 같은 디지털 기기와 멀리 떨어져 시간을 보냅니다. 일종의 디지털 금연을 실천하는 일입니다. 물론 그것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쉬는 시간에 혹시라도 올지 모를 연락 때문이더라도 스마트폰을 소지해야 하니까요. 하지만 휴식 도중에는 되도록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하고, 대중버스나 지하철을 탈 때도 검색 등 사용을 자제합니다. 그리고 잠깐의 사념에 빠져드는 거죠. 오늘도 저는 잠시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거리를 걷습니다. 잠시 멈추면 보이는 게 있기 마련입니다.

반응형

'말하기와 글쓰기 > 말하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말하기는 경청이다  (6) 2021.04.13
무대 공포증을 이겨내는 방법  (0) 2021.04.09
네 자신을 알라  (0) 2021.04.07
면접 잘 보는 방법  (0) 2021.04.06
발표 준비법  (0) 2021.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