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의 세계/거래를 합니다

공정한 협상이라는 환상

공부를 합시다 2021. 4. 7.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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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우리는 거래를 한다. 시장에서 물건을 흥정하고, 연봉 협상이라는 이름으로 의례적 연봉 조정을 하고, 임대인과 임대료 인상을 논의한다. 이런 사례에서 거래란 가격을 중심으로 벌이는 협상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그런데 협상이라 할 때 꼭 가격이란 꼬리표가 붙지 않아도 괜찮다. 이른바 가치를 놓고 벌이는 흥정은 모두 협상이다. 가령 심부름을 핑계로 아이가 어머니에게 자신의 소망을 말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런데 여기서 질문을 해보자. ‘공정한 협상이란 가능한가?’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현실에서 공정한 협상 따위는 없다. 우선 모든 협상에서 힘의 우열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그러니 공정성이란 단어는 협상에서 힘을 가진 사람이나 진영의 “시혜”나 “배려”라고 불러야 할지 모른다. 그런데 이런 단어는 현실에서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 그래서 평소 나는 협상에 임할 때 공정한 협상은 꿈꾸지 말라고 말한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일상에서 경험하는 일일 터이다.

모든 협상은 일정한 게임의 규칙을 따른다. 의례라고 할 만한 문법을 가진다. 여기서 협상의 문법은 힘 있는 상대의 과한 요구로 표출되곤 한다. 이때 약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협상장을 박차고 나갈 것인가, 눈을 찔금 감고 수용해야 할 것인가?

아마도 저런 상황은 최후 통첩 게임의 상황이라고 불러야 할 것이다. 실험실에서 최후 통첩 게임은 마치 공정성의 가치가 굉장히 중요하게 영향을 발휘하는듯 보인다. 일정한 금액 아래로는 많은 사람이 상대의 제안을 수용하지 않는다. 그러나 현실의 최후 통첩 게임인 협상에서 공정성의 가치는 망각되기 쉽다. 게다가 쉽사리 떠날 수도 없다. 이때 이 상황을 벗어나는 방법은 상대에게 그 해결책을 떠넘기는 것이다. “어떻게”라는 질문을 해되면서 말이다. “어떻게 내가 할 수 있겠습니까?”

아마도 뚝심있는 상대라면 그런 읍소조차 통하지 않을지 모른다. 그냥 막무가내식으로 밀어부치는 형세다. 그럴 때는 실망하지 말자. 이 경우 고려해야 할 요소는 시간과 정보이다. 시간이란 협상의 시간이요, 정보란 상대가 기댄 믿음 체계이다. 불리한 상황에서 약자가 할 수 있는 협상의 기술은 시간을 최대한 끄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더해 상대의 믿음 체계를 파악하는 것이다. 그 사람이 가장 최우선으로 두고 있는 가치는 무엇인가. 그 가치를 중심에 두고 협상에 임하는 것이다.

좋은 협상가는 자신이 중시하는 가치를 드러내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 가치는 상대에게 공격의 빌미를 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약자가 협상에 임할 때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은 누구보다 열심히 준비하는 일 외에는 없다. 어떤 협상이든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 우리는 협상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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