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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지 281

서울 첫눈

서울 첫눈의 기준 ∙ 오늘 오후 운전하는데 창밖으로 눈발이 보이다. 미세하게 흩날리는 눈을 보며 순간 나도 모르게 올해 첫눈인가라고 중얼거렸다. 첫눈이 온다고 설렐 일은 없다. 그러나 올겨울 초입을 알리는 것 같아 시간이 빠르다는 생각이 든다. 무감각한 일상에 그나마 미세한 진동을 불러오는 사건인 셈이다. ∙ 혹시 알고 있는가. 서울의 첫눈 기준을. 아마도 많은 이는 모를 것이다. 그저 뉴스 기상캐스터의 첫눈이 왔다는 보도에 그렇구나라고 고개를 끄덕일 테니. 기상청 자료를 찾아보니 서울 첫눈의 기준은 서울기상관측소(송월동)에서 관측자가 눈을 관측할 때이다. 장소야 분명한데 관측자의 주관이 개입하는 기준이다. 첫눈은 왔을까 ∙ 어찌됐든 오늘 첫눈이 왔을 가능성이 크다. 내가 사는 동네에서 관찰했다하더라도 ..

원고지/낙서장 2023.11.17

전시 사회

우리는 소셜 미디어의 시대에 산다소셜 미디어(내지는 SNS)를 볼 때마다 나는 생각나는 인물이 있다. 바로 맨처스터 유나이티드의 전감독 알렉스 퍼거슨이다. 그의 한 마디 때문에 소셜 미디어를 생각할 때면 생각나곤 한다. 우리말로는 '인생 낭비'라고 전해졌지만, 정확한 말을 인용하자면 '트위터는 시간 낭비(Twitter is a waste of time)'였다. 어찌됐든 트위터를 비롯해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소셜 미디어의 단점을 단순하게 정리한 것 같다. 퍼거슨의 말따라 인생에 중요한 것들이 너무(!) 많다. 그런데 그 시간에 소셜 미디어를 이용하는 일이 그의 눈에 한가하다못해 낭비처럼 보였을 것 같다. 그러나 퍼거슨의 불평과 상관없이 우리는 소셜 미디어의 시대에 산다. 당신에게 소셜 미디어란 어떤 의..

절대 만나지 말아야 할 사람

∙ 미디어의 범람은 선택 장애를 불러오기도 하지만 주류 미디어에서는 절대 듣지도 보지도 못할 얘기를 들려줘 재미가 있다. 그런 까닭에 나는 유튜브 채널 중에서도 인터뷰를 좋아한다. 내 생활반경에서는 절대 보지 못할 직업군의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기 때문이다. ∙ 이런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줄 이가 주변에 누가 있겠는가. 그럼에도 그들만의 리그에 갇혀 사는 이들을 보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평범한 이라면 수궁하지 않을 가치관을 지니고 생활하기 때문이다. 며칠 전 우연히 본 인터뷰 주인공이 그런 부류였다. ∙ 그는 속칭 '키스방'으로 돈을 벌고 현재는 고시원으로 전업한 사람이었다. 대부분의 내용은 특별히 기억에 남는 내용이 없다. 업계 돌아가는 현실에 대한 인터뷰가 주류였기 때문이다. 다만 걱정스러웠..

막장 드라마의 종말?

막장 드라마의 추억 ∙ 내가 '막장 드라마'란 용어를 처음 들었던 작품은 김순옥 작가의 (2008)이었다. 비교적 그 시점을 선명하게 기억하는 이유는 다른 게 아니라 여동생이 재미있게 보고 있어 호기심에 몇 가지 질문을 던졌기 때문이다. 그때 내 질문은 '어떻게 죽은 아내를 몰라 볼 수 있느냐' 내지는 '점 하나 찍었다고 몰라본다는 게 말이 되는냐'와 같은 의문이었다. ∙호기심어린 내 질문에 동생의 답변은 '그냥 재미있게 보면 된다'가 전부였다. 극의 개연성이라든지 설득력은 중요치 않다는 게 답변이었던 것 같다. 그 당시에는 도저히 그런 태도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무리 뻔한 설정의 복수극이라하더라도 어느 정도의 극의 토대는 갖춰야 한다는 굳은(?) 믿음 때문이었다. 허나 시간이 흘렀다. 장르적 허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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