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기와 글쓰기/말하기

이런 강의는 실패한다

공부를 합시다 2021. 3. 31.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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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에 오르는 일은 참으로 흥분되는 사건입니다. 귀까지 들리는 자신의 심장박동을 느끼며 온통 나를 주시하는 대중의 눈과 마주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 일만큼 고통스런 일도 없습니다. 혹시라도 실수하지 않을까, 웃음거리가 되지 않을까라는 걱정을 떨쳐버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경험이 쌓이면 사정은 나아지나 정도의 문제일 뿐입니다. 그런데 무대공포만큼이나 심각한 무대유혹이 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오늘은 강연자가 끌리기 쉬운 유혹에 대해 말해보고 싶습니다. 대중 앞에 나서는 경험이 쌓일수록 말하는 강연자가 빠지기 쉬운 직업적 욕망 말이죠. 사람들 앞에 나서고 자신감이 생길수록 그 유혹은 강해지기 마련입니다.

 

좋은 강연자의 조건 1

강연이든 교육이든 설교든, 어떤 말하기든 저는 두 가지 원칙을 마음 속에 새겨야 한다고 믿습니다. 첫째, 강연자는 받는 사람이 아니라 주는 사람이라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종종 이 사실을 망각해 문제가 발생합니다. 얻어가려고 하니까 문제입니다. 무대에 서 본 경험이 있는 분들이라면 알리라 생각합니다. 무대에서는 묘한 긴장과 함께 흥분을 동시에 경험합니다. 직업적으로 무대에 오르는 배우들이 종종 현장을 떠나더라도 그 강렬함에 이끌려 다시 돌아오게 되는 것은 이 형용할 수 없는 감정 때문입니다. 그런데 너무 흥분하면 강연자는 자신이 주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청중에게서 자꾸 무언가를 빼앗아 가려고 합니다. 이 부류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강연자는 받는 사람이 아니라 주는 사람이다!

하나는 약장수 유형입니다. 지금은 흔하게 보기 힘들지만 어린 시절 가판을 깔고 약을 파는 약장수를 볼 수 있었습니다. ‘약은 약사에게’라는 구호가 무색하게 약효와 상관없이 참으로 현란한 입으로만 약을 팔던 장사꾼이었습니다. 그런데 강연을 하는 분들 중에 이 유형을 종종 봅니다. 자신의 지식을 자랑하기 위해 전문용어로 포장하는 교수나 자신의 경험을 지나치게 확대 재생산하는 강연자가 그런 예 아닐까 싶습니다. 이런 약장수 유형은 종종 영감중독 유형과도 겹칩니다. 약장수 유형과 영감중독 유형은 청중에게 주기보다는 가져가려는 강연자입니다. 특히, 영감중독 유형은 자신에게 도취된 나르시시즘 유형의 경연자입니다. 일종의 사이비 종교 지도자라고 해야 할까요.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기 위해 강연을 합니다.

 

좋은 강연자의 조건 2

둘째, 강연자는 청중의 언어로 말해야 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대중의 언어를 구사하지 못하는 강연자는 교육자나 조직가의 역할을 진정으로 담당하지 못합니다. 무대에 선다는 경험은 아무나 하지 못하는 체험입니다. 무대에 서 본 분들이라면 알리라 생각합니다. 자리가 달라지면 보이는 풍경도 달라지는 법입니다. 약간의 높이를 지닌 단상만 올라서도 전체가 보이고 그 안에서 사람들의 표정이 보입니다. 그런데 그 위치를 고수하면 강연자와 청중과 경계는 공고해지고 거리를 좁히기 힘듭니다. 설령 그 경계가 사라지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능숙한 강연자라면 거리를 자유롭게 좁히고 떨어뜨려야 합니다. 이때 청중의 언어로 말하지 못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유형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강연자는 청중의 언어로 말해야 한다!

하나는 횡설수설 유형입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이 유형은 가장 최악의 강연자 유형입니다. 논리적으로 실을 꿰어 말을 할 수 없다는 사실 자체가 굉장히 심각한 사태입니다. 이 유형은 제대로 강연을 준비하지 않을 때 종종 발생하는 유형입니다. 아니면 지나치게 긴장할 때 발생하기도 합니다. 이 강연자는 시간을 흘러보내는 데 치중합니다. 다음으로 자기PR 유형입니다. 그 대상은 자기 또는 자신이 속한 집단입니다. 특히나 어디 학교 출신이다, 어디 회사 출신이다를 강조하는 유형이 많습니다. 그런데 어떤 권위든 그 원천은 강연자에게 있지 않다는 사실을 기억하십시오. 권위는 상대의 자발성에 기인합니다. 이런 유형의 강연자의 겉모습에 끌리게 되면 소위 ‘권위의 오류’에 봉착하게 됩니다.

오늘은 강연자가 빠지기 쉬운 유혹을 크게 4가지로 정리해봤습니다. 좋은 강연자의 가치로 언급한 두 가지 기준을 기억한다면 여러분은 훌륭한 강연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강연자는 아낌없이 주는 사람이자 대중의 언어로 말하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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