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 먹고 사는 일은 힘들다.
세 치 혀로 먹고 사는 일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 그나마 정규적인 강의를 업으로 하는 이라면 좀 낫다. 일단은 정기적인 수입에 의존해 호구지책은 할 테니 말이다.
그러나 온통 평가에 따라 다음 강의가 결정된다면 문제가 다르다.
강의를 잘 하는가, 또는 잘 하고 싶은가?
나는 강의를 업으로 한 이래 저 질문에 답하려고 노력했다. 이왕 할 바에야 잘 하고 싶은 욕심 때문이었다.
사람 천성이 안 바뀐다고 나는 일단 하면 모든지 잘 하고 싶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강의는 언제나 상대가 있는 일이다. 바로 청중이 그들이다. 때로 우리는 이들을 '학생', '관객', '수강생'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부른다. 이들의 평가에 따라 강의를 잘 한다 못 한다가 판가름난다.
결국 강의 평가가 중요하다. 당신이 아무리 강의를 열심히 준비했다한들 호응이 없으면 그 강의는 망했다(?). 혹시라도 결과에 신경쓰지 않는다면 당신은 일방통행의 '무작정' 강의를 하는 셈이다.
그러니 청중의 목소리에 귀기울여라.
지난 도서관 강의 이후 몇몇 분들과 나눈 후일담이다.
수업이 끝난 뒤 어쩌다 그분들의 대화를 듣게 됐다. 다행인지(?) 내용은 다른 강사에 대한 불만으로 가득 찬 얘기였다.
문제는 부정확한 정보로 가득찬 내용과 함께 수강생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강사의 무신경이었다. 심지어 강사는 자신의 강의가 재미없으면 듣지 말라고 얘기를 했다고 전한다. 이런 감정적 대응에 나름 사회에서 경력을 쌓고 은퇴한 시니어 수강생이 가만 있을 리 없었다.
내가 듣기에 그 강사는 최악의 강의를 했다기보다 형편없는 응대를 했다. 꽤나 경력이 있을 법한 강사일텐데 저런 감정적 대응을 했다는 게 나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물론 그 강사의 속사정도 있을 것이다.
이유야 어떻든 청중을 최고로 대우해야 한다.
청중의 피드백을 적극 반영해야 한다.
'잘 한다'는 소리보다 '못 한다'는 소리에 더 신경써야 하는 이유다. 물론 인간인지라 부정적 평가에 기분이 좋을 사람은 없다.
나의 경우도 이번 도서관에서 첫 강의를 시작할 때 한 수강생으로부터 '어렵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 순간 '아뿔사'라는 외마디가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나의 경우는 그런 불만을 반영해 더 쉽게 그리고 더 재미있게 진행하기 위해 강의안을 이리저리 고쳤다. 그리고 강의를 한다기보다 대화를 하려고 노력했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모르지만 수강생 몇몇에게 호의적인 평가를 듣기도 했다. 이런 몇몇 평가에 너무 뜰뜬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노력이 결실을 본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지금도 강의는 진행중이니 나의 강의는 계속 수정중이다.
고치면 고칠수록 나아지는 것이 강의다.
지금까지 내용을 요약해 강의를 잘 하기 위한 몇 가지 조언을 하고 싶다.
- 강의의 중심은 청중이다. 그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여라.
- 강의를 잘 하고 싶으면 피드백에 적극 신경써라. 부정적 얘기일수록 피가 되고 살이 된다.
- 강의를 고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라. 처음부터 잘 하는 강의는 없다.
'말하기와 글쓰기 > 말하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중 강연을 할 때 기억해야 할 것 (0) | 2024.05.11 |
---|---|
면접을 준비할 때 알아야 할 것 (0) | 2023.12.16 |
인문학 강연 어떻게 해야 하는가? (4) | 2023.02.27 |
말 잘하는 인싸로 태어나는 법 (2) | 2021.11.04 |
말은 인격이다 (2) | 2021.11.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