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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강연 어떻게 해야 하는가?

공부를 합시다 2023. 2. 2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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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을 상대로 하는 인문학 강연은 다르다

인문학의 범주는 전통적인 문학, 역사, 철학을 비롯해 예술과 종교 등을 포괄한다. 학문적 분류를 굳이 엄격하게 구분하지 않는다면 '인간과 관련된 거의 모든 것'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런 인문학을 학교에서 공부했고 지금도 어쩌면 이런 테두리에서 공부하고 있는 나의 입장에서 대중에 어떻게 다가갈까는 항상 고민거리다. 대학 강당이 아니라 이제는 다른 장소에서 인문학을 설파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대중이 접하는 인문학 강의는 일회성인 경우가 많다. 혹시라도 특정한 주제를 벗삼아 연속적인 강의가 이뤄진다면 아마도 그것은 대학 강연처럼 체계가 잡힌 틀에서 이뤄지니 그나마 고민이 덜하다. 이런 강의를 제외한다면 기관과 회사 등에서 기획되는 인문학 강연이란 단기적이고 특별한 사건처럼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일종의 명사 초청처럼 시간 때우기가 되는 것이다.

대중 인문학 강연의 출발

이런 제약을 생각한다면 대중을 상대로 기획되고 실천되는 인문학 강연이란 달라야 한다. 그런데 강당에서 인문학을 공부했다고 간주되는 사람은 이런 조건을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는다. 그저 대학 강단에서 해왔던 강의록을 가져와 그대로(?) 전달하는 경우가 많다. 시간적 제약이나 청자의 수준을 생각한다면 이런 접근은 필패다! 강사는 강연료로 돈을 벌었을지언정 청자인 대중은 무엇도 얻어갈 수 없는 시간이 되버린다.


 
단기적인 인문학 강연에서 기억해야 할 것은 바로 대중이 얼마나 문제를 의미있는 것으로 받아들일까 고민을 하는 것이다. 이 세상에서 누군가는 가치있다고 여기는 질문을 어떤 사람은 시덥지 않은 질문으로 간주하거나 의미없다고 폐기할지 모른다. 그러니 인문학 강연자는 누구보다도 이 대중이 고민할 만한 문제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이때 1~2시간 안에 문제를 이해시키고 그에 대한 답변을 제공한다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하다.

이야기꾼으로서 강연자

인문학 강연을 잘 한다는 것은 결국 이 문제를 전달하기 위해 이야기를 만드는 과정이다. 대중은 거대한 담론을 좋아하지 않는다. 논리로만 점철된 강의는 학교 세미나 시간에 다룰지언정 대중 강의에 적합하지 않다. 그러니 강연자는 논리보다는 설득에 초점을 두고 이야기를 만들어야 한다. 지금 여기 사는 사람들이 관심 갖고 호기심을 복돋아줄 이야기꾼이 돼야 하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인문학 중에서 유독 역사가 잘 팔리는(?) 이유가 있다. 역사(history)는 이야기(story) 아니던가.


 
인문학 강연자라면 이야기꾼이 돼야 한다. 그것도 아주 재담있는 이야기꾼말이다. 대중이 스스로 문제의식을 느끼고 스스로 다음 단계로 넘어가도록 도와주는 조력자가 돼야 한다. 이런 점에서 인문학 강연자는 교육을 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 삶에 의미 없는 인문학 공부는 필요 없다. 그러니 대중이 스스로 생각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자신의 삶의 조건을 생각해보게 하는 인문학 강연이야말로 최고의 강연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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