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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의 기술

공부를 합시다 2023. 4. 17.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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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알람이 울린다. 이와 함께 항상 하나의 푸싱 메시지가 스마트폰 화면에 뜬다. 오늘의 운동 메시지다. 오늘도 운동을 독려하는 메시지 출처는 다름아니라 아이폰의 기본 어플인 '피트니스'에서 온 것이다. 기억은 나지 않지만 내가 하루 소비 열량을 기록한 뒤 매일 아침 시간이면 푸싱 메시지가 뜬다. 그뿐만 아니라 저녁 시간에도 그날 하루 칼로리 데이타를 알려주고 혹시라도 미치지 못하면 아직 시간이 남았으니 운동하라 독려한다.

 

처음에는 저 푸싱 메시지가 거슬리지 않았다. 일주일에 주기적으로 운동을 하니 달성하기가 어렵지 않았다. 그런데 요새가 문제였다. 이런저런 일 때문에 하루 운동량을 빼먹기 일수였는데 그럴 때마다 어머니 잔소리마냥 들리기 시작했다. 그냥 무시하면 되지만 푸싱 알람 소리가 들리면 쳐다 보지 말라고 해도 보기 마련이었다. 그렇게 어느 순간 스트레스가 돼갔다. '오늘도 또?'라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내가 내린 처방은 해당 어플의 푸싱을 꺼놓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서야 해방을 맛보았다. 스마트폰이란 설득 기술은 정말 집요하게 이용자를 채근한다. 앞서 말한 푸싱 알람뿐만 아니다. 목표를 달성하면 선사하는 배지가 또 다른 예다. 배지를 얻으려면 해당 미션을 성실하게 수행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운동도 운동인데 스마트폰을 항상 지켜보고 있어야 한다. 알게 모르게 또 다른 감시자가 되는 것이다.

 

저런 스마트폰의 알람, 푸싱, 배지를 볼 때마다 나는 어떤 설득의 기술을 본다. 그 기술이란 계속 제안하고 행동하라 독려하고 피드백을 받는 것이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습관을 형성하고 또 다른 정체성을 만들어 가게 된다. 좋은 말로 하면 '습관'인데 나쁜 말로 하면 '중독'이다.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과 같은 SNS, 메일 등도 마찬가지다. 계속 사용자와 상호작용하며 사용자를 가둬두려 한다.

 

이것이 바로 설득의 기술이다. 메시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행동이 핵심이다. 그러면 서서이 이용자는 해당 미디어에 스며든다. 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 무료인듯 보이는 저 서비스도 실상은 이용자를 상품으로 둔갑시키는 기술이다. 해당 서비스에 접속하며 할수록 데이터는 수집되고 그렇게 이용자는 상품이 되어 간다.

 

설득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저 IT 기술마냥 끊임없이 소통하라. 그리고 행동을 바꾸길 요청하라. 그러다 설득당하리라. 그런 면에서 설득하고 싶다면 농부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 씨 뿌리고 싹을 튀우고 수확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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