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의 세계/돈의 세계

데이 트레이딩 후기

공부를 합시다 2021. 10. 13.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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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의 실패담

데이 트레이딩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가 벌써 6개월 정도가 지나간다. 이쯤돼서 정리를 하고 싶다. 성공의 후기가 아니라 실패의 후기이기 때문이다. 대개는 자신의 과업을 자랑하거나 성공담을 떠벌리기 쉬운데 나의 사정은 다르다. 실패의 이야기야말로 앞으로 내가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데이 트레이딩을 결심하지는 않았다. 그저 스윙 트레이딩 정도가 해볼 만한 트레이딩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작은 종자돈을 불릴려고 생각해보니 회전율을 높이고 레버지를 써야 한다는 결론을 냈다. 그렇게 나의 데이 트레이딩 도전기는 시작됐다. 여기에는 오전 시간을 적극 활용할 수 있다는 생활 패턴도 결정을 거들었다.

 

공부를 했다, 그러나

올해 봄 데이 트레이딩을 시작하기 전 대략 6개월 정도 나름 주식 공부를 했다. 딱히 트레이딩에 초점을 맞춘 공부였다기 보다는 사람들이 추천하는 투자 관련 서적을 찾아 읽는 식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데이 트레이딩에 딱 맞는 서적은 얼마 안 됐다. 그 시간 동안 나름 많은 책을 읽었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데이 트레이딩을 시작하려니 무엇을 어디에서 언제 거래해야 할지 가늠이 안 됐다. 하다못해 자신에게 적합한 HTS 세팅조차 쉬운 게 아니었다.


이때 가장 손쉬운 방법은 유튜브나 구글을 참고하는 방법이었다. 관심 키워드를 넣거나 그나마 신뢰할 만한(?) 주식 유튜버를 참조하는 방식이다. 처음에는 다들 그런 식으로 시작하는 듯 보인다. 이런저런 귀동냥이나 눈동냥을 하면서 트레이딩을 직접 해보고 경험해보는 것이다. 제도권에 속하지 않은 개인 트레이더가 트레이딩을 배우는 방식은 요즘에 대개 이런 식으로 이뤄지는 듯 하다. 이와 함께 시도와 실수를 될 때까지 반복하는 것이다.

초심자의 행운

트레이딩을 시작하자 처음에는 약간의 수익이 발생했다. 첫 주문을 넣는 희열을 아직도 기억한다. 얼마 되지도 않은 돈이었는데도 짧은 시간에 이뤄지는 매매에 자신도 모르게 흥분(?)되었다. 그러나 초보자의 행운이라 하지 않던가! 시작부터 정해놓은 리스크를 나름 관리하는 듯 하더니 이내 범위를 넘어서는 손실이 나기 시작했다. 이른바 '뇌동매매'가 불쑥불쑥 찾아왔던 것이다. 인간이란 평균에서 벗어나기 힘든가보다.


다들 트레이딩에서 심리를 강조한다. 방법, 돈, 마음 중에 마음이 최고라고. 그런데 경험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것이 있는 법이다. 사람들이 속칭 깡통을 찬다고 하는데 한 달만에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계획에도 없는 과도한 매매를 하다보니 어느새 그 달의 총 리스크 금액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원금의 2% 손실이 나면 그 날의 트레이딩을 멈추고, 6% 손실이 나면 그 달의 트레이딩을 멈추는 게 본래 계획이었다. 그러나 원칙을 어기기 일수였다.

레버리지의 저주

그나마 처음에는 미수와 같은 레버리지를 사용하지 않았다. 그 결과가 너무나 뻔히 보였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매매 경험이 쌓이고 승률이 올라가면 시도할 계획이었다. 그렇게 5개월 정도를 증거금률 100%로 설정하고 트레이딩을 했다. 그나마 손실을 초반에 줄였던 이유다. 매일 일지도 쓰며 복기도 했지만 쉽사리 손익 차트가 우상향으로 돌아서지 못했다. 오히려 손익 차트는 우하향으로 가파르게 처박고 있었다. 시장 지수보다도 못한 수익률에 절로 한숨이 나왔다.


매일 시간을 할애하는데 결과가 안 나오자 초초해졌다. '무엇이 잘못됐을까?'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는 수밖에 없었다. 결국 내가 실마리를 마련하기 위해서 의지한 수단은 책을 매개로 한 공부였다. 첫 트레이딩을 시작할 때 내가 읽은 유일한 데이 트레이딩 서적이라곤 아마존에서 찾아 구입해 읽은 Andrew Aziz의 <How to day trade for a living>이 다였다. 물론 그 이전에도 기술적 분석과 관련해서 존 J. 머피의 <금융시장의 기술적 분석>이나 스티브 니슨의 <캔들 차트 바이블> 등 여러 권의 책을 탐독했다.

세상사 뜻대로 되지 않는다

인터넷 서점에서 '데이 트레이딩'을 키워드로 국내 서적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상당수 책이 함량 미달이었다. 자기 돈 벌었다는 자랑만 해됐지, 정작 중요한 알맹이는 쏙 빼놓기 일수였다. 원론적인 내용만 나열하는 책에서 어떤 도움도 받지 못했다. 다들 장삿속에 책을 써서 인지 값어치를 하지 못했다. 그나마 이때 도움이 됐던 국내 저자의 책은 박병창의 <매매의 기술> 정도였다.

공부의 성과였을까. 우하향하던 수익 곡선의 기울기가 완만해지기 시작했다. 드디어 U 자형의 회복 곡선을 그리던 찰라에 드디어(!) 미수를 써야 한다는 결심을 했다. 승률이 좋아지니 이제 본격적으로 레버리지를 활용할 심산이었다. 그러나 세상일 마음 먹은 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지난 한 달의 미수 사용은 독이 되어 돌아왔다. 그나마 진정되었던 심리가 무너져 더 큰 손해를 봤던 것이다.

그래서 결론은 뭐니

이것이 지금까지 지난 반년 동안 데이 트레이딩 성적이다. 원금의 70% 손실이 현재 결과이다. 구체적인 금액은 밝힐 수 없지만 손실은 다시 생각해봐도 가슴 아프다. 다시 한번 트레이딩에서 방법이 10%, 심리가 90%라는 조언을 실감한다. 시장의 심리만 생각했지 더 중요한 개인 심리를 간과한 결과였다. 물론 머리로는 알고 있었다. 마크 더글라스의 <투자, 심리학에서 길을 찾다> 등과 같은 대표적인 트레이딩 심리책을 애독했건만 가슴은 원칙을 따르지 못했다.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서두에서 밝혔듯이 데이 트레이딩을 포기할 생각은 없다. 지난 6개월을 복기해보면 참으로 많은 교훈을 배웠다. 시장 지수의 의미, 종목 선정의 중요성, 트레이딩 시간, 그리고 심리의 중요성 등. 이제는 실패를 벗삼아 오늘도 트레이딩을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을까 고민한다.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과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는 까닭이다. 지난 몇 개월의 경험은 마중물이라고 믿는다. 이제 목표는 시장에서 오래 살아남는 것이다.


나의 실패담이 누군가에게 타산지석이 되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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