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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3

우울의 언어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지닌 언어적 특성이 있다고 한다. 처음에 그 얘기를 들었을 때 단순히 그 특성이 부정의 언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저 '살고 싶지 않다'와 같은 그런 종류의 말이라고 지레 짐작한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에 따르면 우울증의 언어가 갖는 두드러진 특성 가운데 하나는 주어 '나'의 빈번한 사용이라고 한다. 실제로 우울증을 앓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람의 유서를 보면 이 '나'라는 주어 사용이 빈번하다고 한다. 다른 언어적 특성보다도 이 단어의 사용이 우울증을 변별하는 특성이 된다고 전문가는 전한다. 그러고 보면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사람은 온통 관심사가 타인이나 외부 세상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다. 스스로 병들고 아프기에 남을 신경쓸 여력이 없는 것이다. 우울증 환자의 심리 상..

낯선 부고

누군가의 죽음은 감흥이 없다. 애도를 해야 하건만 망자와 기억이 없어서다. 오늘 저녁 사촌형에게 전화가 한 통 왔다. 막내 고모부가 돌아가셨다는 부고 소식이었다. 그런데 막내 고모부와 특별한 사연이 별로 없다. 만남이라고 해봤자 한두 번인가. 아마도 고모의 결혼식 한 번, 그리고 어디선간 한 번이었던 듯 하다. 그게 다다. 간이 안 좋다는 얘기를 몇 년전부터 듣고는 있었는데 뜻밖이다. ​ 막내 고모는 아버지의 형제자매 중 그나마 많이 본 친척 중 하나다. 어린 시절 집 근처에서 산 적도 있었다. 먼 시골에서 올라와 직장 생활을 하다 선을 봐 결혼을 했다. 그런데 딱히 고모부가 생활력이 있었던 거 같지 않다. 거의 고모가 얘들을 뒷바라지한다고 들었다. 그래서 멀리서 소식이 들려올 쯤에는 고모부가 참으로 무..

원고지/낙서장 2021.04.03

신은 위대하지 않습니다

프랑스에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범죄가 문제가 되고 있다. 이번 일련의 사건이 충격적이었던 이유는 참수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동원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범죄의 피해자들은 가해자와 특별한 관련도 없는 평범한 시민들이었다는 점이 충격을 더했다. 첫 사건의 피해자는 교사로 이슬람을 비하(?)하는 만화를 수업에 활용했다는 이유가 다였다. 그리고 이차 사건의 피해자는 그때 그곳, 바로 성당에 있었다는 이유가 전부였다. ​ 이들 이슬람 극단주의 가해자는 모두 범죄 현장에서 “신은 위대하다”를 외쳤다고 전해진다. 나는 이 뉴스가 참수라는 소식과 함께 가장 무서웠다. 도대체 그들의 신은 어떤 신이길래 살인을 용인한다 말인가. 신이 있다면 신은 전지, 전능한 존재일뿐만 아니라 전선의 존재여야 할 것이다. 신=선이라는 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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