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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 3

어느 게으른 자의 변명

어제 잠을 자려고 누웠는데 게으르게 산 게 아닌지 걱정이 들었다. 어릴 때야 시간의 넉넉함에 버거운 시절도 있었는데 나이가 들수록 조급해진다고 할까. 거기에 더해 시간이 아깝고 혹시라도 내 삶을 계획 없이 산 거 아닌가라는 자책감이 들 때가 있다. 물론 나는 안다. 그래봤자 흘러간 물은 되돌릴 수 없다는 엄연한 사실을. 그럼에도 가끔은 걱정이 몰려오는 것은 어쩌지 못하겠다. 이런 삶의 회의가 나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그런 의문은 누구나 들 수가 있고 심지어 열심히 살았다고 자부하는 사람 역시 번 아웃 뒤 고개를 저으며 자신을 책망하곤 한다. 성실히 살았다고 믿었는데 그 길이 자신의 삶의 목표와 배치되는 현실을 마주하는 것이다. 아마도 나도 그런 경우 아닐까 싶다. 누구보다 자신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

원고지/낙서장 2022.09.01

나이 들어 좋은 점

보통 나이가 들면 좋은 점보다는 나쁜 점이 먼저 보이는 법이다. 가령 체력과 같은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예전에는 술을 마셔도 다음 날 멀쩡했는데 어느 날부터 예전같지 않다는 신호를 몸이 보낸다. 그러면 저절로 나이가 들었구나라는 자각을 하게 된다. 이밖에도 나이가 든다는 것은 변화보다는 안정을 추구하는 삶이므로 젊을 때보다는 역동적인 삶을 살기가 힘들어진다. 이런저런 나이듦의 나쁜 점을 꼽으라면 끝이 없을 것 같다. 그럼에도 나는 확실히 나이가 들어 좋아지는 점이 있다. 단순히 경제적 안정과 같은 물질적 조건을 뜻하는 게 아니다. 정신적인 면에서 어릴 시절 생각해보지 못한 사실을 깨닫게 되는 게 미덕이다. 대표적으로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싫어하는지와 같은 진정한 욕망을 대면하게 된다. 어릴..

원고지/낙서장 2021.11.22

판도라의 상자에 남은 것은 무엇인가?

어릴 때 읽었던 책은 오랜 세월이 흘러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때 그 시절 책 한 구절이 어느날 문득 기억난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지금 여기와 아무 상관 없는 일인 듯한데 갑자기 수면 위로 올라오니 말이다. 오늘도 그렇다. 아침 중요한 거래를 망치고(?) 나서 나는 그리스 신화의 판도라를 떠올렸다. 어린 시절 어머니에게 떠밀려 읽었던 그리스 신화의 이야기 한 토막이었다. 나쁜 결과가 나올 때마다 내게 남아 있는 것은, 판도라 상자마냥 희망밖에 없나라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판도라'는 몰라도 '판도라 상자'는 들어봤을 것이다. 그리스 신화에서 판도라는 제우스가 신들을 총동원해 만들었다는 인류 최초의 여성이다. 판도라의 의미는 '모든 선물을 받은 자'라는 뜻이다. 정말 그 이름처럼 판도라..

원고지/낙서장 2021.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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