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지/자기 배려의 기술

잘 그만두는 법

공부를 합시다 2024. 8. 20. 16:18
반응형

일단 시작하면 애착이 생긴다.

 
그 이유 때문에 우리는 포기를 두려워 한다. 나는 '미련'이란 단어를 썼지만 그럴듯한 전문용어로 바꾼다면 '매몰비용효과', '몰입상승효과' 등 온갖 인지편향효과를 가져다 불일 것이다. 그런데 언제 어떻게 포기하냐는 우리 삶에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어떤 이유로 포기하는가?
 
과거 한 선배가 대학원 석사만 졸업하고 공부를 그만두겠다는 나를 보고 물었다.
 
"아깝지 않냐?"
 
내가 어떻게 저 질문에 응답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만두는 가장 현실적인 이유는 '돈'이었고 게다가 딱히 공부가 재밌다는 생각도 안 하던 시절이었다. 어찌됐든 그만둬야 한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었다.
 
그런데 나는 딱히 포기에 능숙한 인간은 못된다. 천성이 어느 정도 시간이나 노력을 투입한 뒤 결과를 보고 결정하는 유형인지라 그렇다. 그래도 언제나 기준을 마련하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합리적인 선택을 하려고 고민한다. 물론 그 선택이 결과적으로 올바른 선택이었는지 잘 모르겠다. 인간은 사후확증오류에 시달리는 동물이니까 말이다.
 

잘 그만두기 위해서는 기준이 필요하다.

 
내가 정한 기준은 딱 2가지다. 
 
하나는 상태다.

상태가 더 나아질 기미가 보이기는 커녕 더 나빠질 것 같으면 포기한다.
 
둘은 시간이다.

시간을 너무 잡아 먹는다 싶으면 포기한다.
 
물론 미련이 남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 결정의 대상이 사람이든 돈이든 일이든 말이다. 결정의 시간이 오기 전에 여러 번 고민하지만 정답은 없다.
 
좋은 선택이라 믿었지만 나쁜 결과를 가져온 경우도 많다. 나쁜 선택이라 믿었지만 좋은 결과를 가져온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나는 앞서 얘기했듯이 합리적인 선택을 하려고 노력한다. 우리의 현실은 온갖 불투명하다. 불확실의 세상에서 결정은 이득과 리스크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한다. 포기하는 게 리스크보다 이득이 크다고 판단되면 나의 선택은 포기다.
 
보통 많은 사람들은 포기란 단어가 풍기는 부정적 어감을 싫어한다. 그럼에도 나는 잘 사는 비결은 포기하는 용기라고 믿는다. 포기의 다른 말은 시작이니까 말이다.
 

포기란 그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의 일부다.

 
앞서 얘기했듯 포기란 미련을 남긴다. 그때 더 노력하면 어땠을까식의 온갖 후일담을 남긴다.
 
그러나 인간의 삶은 유한하다. 몸은 하나고 내가 기울이는 노력은 한계가 있다. 잘 그만두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없다. 과거보다 미래를 생각하는 이만이 하는 선택이다. 그렇기에 나는 과거에 매달리기 보다 미래를 위해 포기를 선택한다. 고민은 깊게 결단은 짧게. 그리고 미련을 남기지 않는다.
 
잘 그만두기 위해서는 결과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실패'라 딱지 붙이면 얻을 게 없다. 나는 오히려 '탐색'이란 딱지를 붙이고 싶다. 이런저런 모색 중에 결과지를 받아들였을 뿐이다.
 
잘 그만두고 싶은가?
 
기준을 마련하라.
 
과정을 고민하라.

반응형

'원고지 > 자기 배려의 기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저속 노화의 삶  (0) 2025.01.20
불확실성에 대처하는 자세  (0) 2024.08.12
당신은 어떤 학습 유형인가?  (0) 2024.08.06
해답은 너에게 있다  (0) 2024.04.01
어떤 공부  (0) 2024.0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