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지/자기 배려의 기술

당신은 어떤 학습 유형인가?

공부를 합시다 2024. 8. 6. 17:38
반응형

 

어린 시절 나는 꽤나 느리게 배웠다.

 

언어 발달이 느렸던 탓인지 두살 터울의 동생보다 글 배우기도 늦었다. 뒤늦게 어머니가 스파르타식(?) 교육을 하지 않았다면 학교에서 지지부진한 아이로 평가받았을 거 같다. 지금 돌이켜보니 어머니 교육은 신의 한수였다.

 

어머니가 가장 신경 쓴 교육은 바로 독서였다.

 

그 시절 나는 꽤 열렬한 독서가였다. (아마도 지금도 그럴 듯하다)

 

초등학교가 끝나면 나의 단골 목적지는 도서관이었다. 그리고 어린이 열람실이 끝나는 순간까지 책을 읽었다.

 

공부를 위한 책읽기는 아니었다. 그저 좋아하는 SF 소설과 추리 소설을 읽었다. 그 덕분에 나의 읽기 속도와 이해력은 일취월장했다. 아마도 또래 아이들보다 몇 배는 빨랐을 것이다. 이런 독서 습관은 그때나 지금이나 그리고 앞으로도 남으리라.

 

그런데 고백하자면 나는 언어적 사고 유형의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시각적 사고 유형의 사람이다. 어린 시절 독서 목록만 봐도 주로 소설과 같은 이야기만 좋아했다.

 

줄거리를 따라 읽으며 상상하는 것을 즐겼다.

 

나는 추상적 사고에 꽤 어려움을 겪었다.

 

가령, 수학은 학창시절 내내 입시라는 의무 때문에 공부했을 뿐이었다. 대학입학시험에서 수학과목을 1~2 문제만 틀린 것은 지금 생각해도 용하기만 하다.

 

그때 배웠다.

 

'포기하지 않으면 거의(?) 이룰 수 있다.'

 

그럼에도 추상적 사고, 가령, 추상화나 패턴 학습을 노력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대학이나 대학원 때 전공이 철학이었는지라 어떤 식으로든 개념이나 이론을 나의 것으로 만들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항상 시간이 꽤 걸렸던 듯 하다. 게다가 비판이나 평가를 하는 대목에서는 나의 것으로 만들었다는 확신이 없었다. 앵무새처럼 레퍼런스를 인용하고 그럴듯한 글을 쓰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됐다.

 

그렇고보면 나는 꽤 둔재인 셈이다. 천천히 배워야 안심이 되는 스타일이니까.

 

아마도 시각적 사고 유형의 사람은 다 비슷할 것 같다.

 

나이가 들어서 각자의 공부 스타일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어릴 때는 남보다 빨리 가지 못해서 항상 조바심이 났다. 그런 이유 때문에 대학원에서 공부가 재미가 없었다.

 

왠지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것처럼 어색했다. 그런데 뭐든지 시간이 걸리는 학습 유형이란 사실을 깨달은 뒤로는 그런 초조함이 없어졌다. 각자의 속도대로 공부하면 그 뿐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나는 시각적 유형의 사고자이니 뭐든지 그림과 같은 시각적 수단을 동원해 개념화하는 게 능률이 난다.

 

그래야 공부 내용이 오래 남는다. 그리고 이해가 더 깊어지는 것 같다. 이제는 나만의 속도대로 공부하게 된 것이다.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

 

정답은 없다.

 

각자의 속도대로 갈 뿐.

 

 

 

 

 

반응형

'원고지 > 자기 배려의 기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잘 그만두는 법  (0) 2024.08.20
불확실성에 대처하는 자세  (0) 2024.08.12
해답은 너에게 있다  (0) 2024.04.01
어떤 공부  (0) 2024.03.26
분노를 다스리는 단 한가지 방법  (0) 2024.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