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지/문화 비평

어떤 관음증의 끝

공부를 합시다 2023. 11. 26.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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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음증과 성폭력법

∙ 관음증(Voyeurism), "다른 사람의 성적인 활동을 바라보는 데서 쾌락을 추구하는 행위를 지칭하는 용어", 정신분석용어사전.

내가 저 개념을 사전에서 찾아볼 줄 몰랐다. 그만큼 평소 관심도 없을 뿐만 아니라 대개 저 관음증을 앓고 있는 사람이라면 '환자'이니 그런 사람은 병원에 보내야 하는 까닭이다. 그런데 이 용어를 생각나게 한 인물이 있다. 바로 축구선수 '황의조'이다.

불법촬영물의 누출 당사자로 황의조의 형수가 구속됐고 피해자도 한둘이 아닌 걸로 언론에서 보도되고 있다. 이쯤에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14조 1항'을 알아보자. 혹시라도 관음증의 충동을 억제하지 못할 사람을 위해서.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 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동의인가 강제인가

이 법률에서 혐의 성립을 결정하는 단서는 바로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라는 조건일 것이다. 물론 황의조의 법률대리인은 촬영대상자의 합의가 있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피해자 변호사는 황의조가 피해자 여성과 나눈 카톡 대화를 공개하고 적극 반박하고 있다.

이쯤에서 많은 사람들은 황의조측의 주장보다는 피해자측의 주장에 더 신뢰를 보낼 것 같다. 무엇보다 피해자가 한 명이 아니라 그 이상이라는 언론 보도가 나오고 황의조의 폰 포렌식 결과에 따라 그 이상의 피해자가 나올 수 있다는 소식 때문이다.
 

정상과 비정상

저 앞선 정신분석학 사전의 '관음증' 항목을 살펴보면 흥미로운 내용이 있다. 이 용어는 광범위한 임상 상태를 포함하는데 어떤 것은 정상으로 어떤 것은 도착으로 간주된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정상과 도착, 즉 병적 상태가 뒤섞여 있는 상태이다. 무조건 병이 아니라는 대목이 새롭게 다가온다. 가령 우리는 어린 시절 포르노를 본 경험이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그런 음란물에서 멀어진다.

∙ 정상적인 성인이라면 하지 않을 행동을 계속 한다면 그것은 병이다. 특히 요새같은 인터넷이 깔린 시대에 저런 행동을 하는 것은 자살 행위다. 그 동기를 병이 아니라 '놀이'였다고 말할지라도 말이다. 연인이건 부부이건 실수로 또는 고의로 자신의 내밀한 사생활이 공개된다면 그 후폭풍을 누가 감당할까 싶다.
 

도착의 끝

도착증의 끝은 굳이 성폭력 관련 법을 강조하지 않을지라도 도덕적 비난을 넘어 처벌이다. 아울러 빠른 병원 치료로 증세를 완하하거나 고쳐야 할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과연 당사자는 저 도착을 병으로 인지할까. 피해자가 다수 있다는 소식은 그런 우려를 더 강하게 만든다.

한때의 인연이 악연으로 끝나는 일은 슬프다. 하지만 더 심각한 일은 아직 벌어지지도 않았다는 우려이다. 피해자는 더 늘어날 거고 어디선가 당사자 이름을 걸고 지하세계에서 유통되고 있을지 모르지 않은가. 아무쪼록 가해자는 그에 합당한 처벌을 피해자는 최소한의 피해를 받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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