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지/문화 비평

술 취한 사회

공부를 합시다 2023. 11. 28.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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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김태원의 고백

밴드 부활의 리더 김태원이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중독 고백을 한 적이 있다. 그의 증언에 따르면 마약, 담배, 술 중 가장 끊기 힘들었던 것이 술이란다. 물론 김태원의 지극히 개인적 경험이라는 사실에 주목하자. 앞선 다른 두 가지가 쉽다는 얘기는 절대 아니다. 어느 정도의 알콜중독 상태였냐면 매일 밤새 먹고 그 다음날은 숙취로 하루를 보내는 게 일상이었다고 전한다.

 

뭐든지 중독 상태에 가면 끊기 힘들다. 그런데 술은 다소 경각심이 덜 해 보인다. 아무래도 성인이 되면 사회생활을 한다는 핑계로 한두 잔의 술을 당연시하는 분위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알게 모르게 알콜 중독자가 많다. 어제 나는 아주 흥미로운 프로그램을 하나 봤다. 바로 MBC <오은영 리포트: 알콜지옥편>이다. 결혼지옥을 잠시 쉬고 알콜지옥에 빠진 사연자를 다룬다.

 

알콜 중독자

알콜 중독의 상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무려 800여명이 사연 신청을 했고 그 중에서도 100명을 인터뷰해 최종 10명을 선발했다고 한다. 그런데 사연자의 이야기가 만만치 않다. 매일 술을 마시는 것은 기본, 거기에 더해 이동 중에도 술을 마시는 것을 보고 나서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진정한 알콜홀릭의 세상에 사는 사람들이었다.

 

그 주종도 소주, 맥주, 위스키 등을 가리지 않았다. 매일 많은 양을 마시니 몸이 남아날 리 없다. 몇몇 출연자를 보니 안주는 입에도 대지 않고 술과 물만을 교대로 마셨다. 출연자의 동의하에 촬영된 평소 술 마시는 모습은 시청자의 눈에 고통스울 정도였다. 몸이 망가진다는 사실을 알면서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고 술 마시기를 반복하니 말이다. 그리고 후에 밀려오는 자괴감은 덤이다.

 

진정한 지옥도

처음에 <오은영 리포트>에서 결혼 문제에서 알콜 문제로 전환한다는 사실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결혼 지옥을 다뤄도 사연은 넘치니까 말이다. 그러나 우연히 호기심에 찾아본 첫 방송을 보면서 오히려 알콜 중독이 진정한 지옥문을 여는 사건인 것 같다. 적어도 결혼은 이혼이라는 합리적 출구(?)가 있는 반면 알콜 지옥은 왠만해선 출입문을 찾을 수 없는 듯 보인다.

 

그들의 사연은 다양했다. 첫 회 그들 사연 모두가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일부 참가자의 얘기만으로도 '알콜 지옥'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가장 무서운 일은 죽음에 이르는 결과가 뻔히 보이면서도 그 끝을 향하여 무섭게 질주하는 그들 모습이었다. 어떤 이는 스스로 통제가능하다고 호언장담했는데 화면 속 그의 모습은 인사불성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 이 특별편성 방송의 끝은 뭘까. 아마도 어떤 이는 포기하고 어떤 이는 완주할 것이다. 물론 방송 이후 그(그녀)가 중독에 벗어나리라는 보장은 없다. 방송에서 애써 술로 고통받는 어떤 이를 보여주는 이유는 그만큼 우리 사회가 심각한 알콜 중독 사회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로 인한 사회적 고통이 큰 이유가 배경이다. 그런 까닭에 예능이라고 그저 웃고 떠들고 볼 수 없다. 나도 그들 사이에 혹시라도 있을지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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