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으로 남을 것인가
∙ 영화를 보고 나서 글을 쓰기 위해 나는 집요하게 이미지를 떠올려 본다. 과연 이 영화는 어떤 이미지로 기억될 것인가. 또는 어떤 사운드로 각인될 것인가. 결국 어떤 인상을 단서 삼아 글을 써나간다. 그런 점에서 영화 <독전1>은 내게 음악으로 남은 영화였다. 이메진 드래곤의 <Believer>이 온통 머릿속에서 울리는 작품이었다. 물론 배우들의 미친 듯한 연기도 인상적이었지만.
∙ 이쯤에서 물어보자. 영화 <독전 2>는 어떤가. 솔직히 전작과 비교해 이 영화가 갖는 차별점이 무엇이지 모르겠다. 후속작은 언제나 일정한 부담을 갖고 출발한다는 점을 감안한다고 할지라도 말이다. 아무래도 첫 번째 작품이 훌륭했다는 전제에서 하는 소리다. 이것이 영화 <독전1>을 꽤 잘 만든 영화라고 평가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한국적인 스타일
∙ 1 편 역시 뭔가 아쉬웠다. 홍콩 영화의 리메이크작이었던 <독전 1>은 서사에서 원작과 차이가 없었다. 다만 달랐던 지점은 좀 더 '한국적인 스타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특히 영화에서 비치는 몇몇 공간은 확실히 고유한 개성을 보여줬다. 가령 광할한 염전 사이에 위치한 마약 제조 공장의 모습은 신선했다. 심지어 공장으로 찾아가는 논길은 진심 아름다웠다. 브라보!
∙ <독전> 시리즈는 화려한 영상으로 포장된 영화다. 감독이 달라졌지만 2 편 역시 그렇다. 연출자가 광고 감독 출신인지는 몰라도 각별히 이미지에 신경쓴다(나는 이것이 CF 감독 출신이 가지는 장점이자 약점이라고 믿는다). 챕터를 바뀔 때마다 유독 버드와이드뷰가 많이 보이는 것은 나만의 인상일까. 정말 신경써야 할 이야기와 상관없이 그저 보여주기에 급급하다. 뭐하러 그 장면이 나왔을까 도통 이해하지 못하겠다.
포장지만 그럴 듯 하다
∙ 모든 이미지와 사운드는 영화가 전달하려고 하는 메시지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 그것이 곧 관객과 대화하려는 영화의 제스처다. 그런데 이 영화는 어떤가. 효과를 알 수 없는 이미지의 나열, 과도한 커트로 나눠진 편집 등 그냥 겉멋 든 영화다. 그런 까닭에 나는 이 영화를 좀처럼 추천하지 못하겠다. 그럼에도 내가 이 영화를 보고 글을 쓰는 이유는 단 하나다. 여러분의 시간은 소중하니까.
∙ 그렇다고 이 영화가 포장지만 예쁜 작품은 아니다. 1 편처럼 2 편 역시 배우들의 연기는 칭찬할 만하다. 특히 새로운 얼굴로 등장한 배우 한효주의 연기는 인상적이다. 종래 그녀가 갖고 있던 배역을 날녀버리고 일종의 망상장애에 시달리는 큰칼을 훌륭하게 연기한다. 거친 얼굴의 표정과 행동은 영화 종영 이후에도 생생하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의 최대 수혜자는 바로 한효주일 거 같다.
이야기가 흥미롭지 않다
∙ 영화 <독전>시리즈는 '이 선생'이라는 허명을 찾는 작품이다. 1 편이 다소 애매하게 이 선생의 정체를 락(류준열)으로 지시했지만 2 편은 '진짜' 이 선생을 찾는다. 오랜 탐문의 결과는 다소 허무하게 느껴질 정도지만 말이다. 그렇기에 이 영화가 왜 이토록 그저그런 영화로 남게됐을까. 가장 큰 이유는 이 선생을 찾는 긴 여정이 잘 이해가 되지 않은 탓이 크다. 더불어 과거와 현재를 교차로 보여주는 편집이 서사를 전달하는데 효과적이지 않다.
∙ 어찌됐든 영화는 끝났다. 이제 평가는 관객의 몫이다. 화려한 이미지, 그리고 훌륭한 연기. 이 정도가 영화 <독전 2>를 봐야 할 이유일 것이다. 그러나 흥미로운 이야기를 즐길 요량이라면 선택하지 않길 바란다. 포장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선물이 소중한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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