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지/낙서장

서울 첫눈

공부를 합시다 2023. 11. 17.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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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첫눈의 기준

오늘 오후 운전하는데 창밖으로 눈발이 보이다. 미세하게 흩날리는 눈을 보며 순간 나도 모르게 올해 첫눈인가라고 중얼거렸다. 첫눈이 온다고 설렐 일은 없다. 그러나 올겨울 초입을 알리는 것 같아 시간이 빠르다는 생각이 든다. 무감각한 일상에 그나마 미세한 진동을 불러오는 사건인 셈이다.

 

혹시 알고 있는가. 서울의 첫눈 기준을. 아마도 많은 이는 모를 것이다. 그저 뉴스 기상캐스터의 첫눈이 왔다는 보도에 그렇구나라고 고개를 끄덕일 테니. 기상청 자료를 찾아보니 서울 첫눈의 기준은 서울기상관측소(송월동)에서 관측자가 눈을 관측할 때이다. 장소야 분명한데 관측자의 주관이 개입하는 기준이다.

 

첫눈은 왔을까

어찌됐든 오늘 첫눈이 왔을 가능성이 크다. 내가 사는 동네에서 관찰했다하더라도 종로에서 관측됐을리는 없지만 말이다. 그래도 쌓일 정도의 눈은 아니니 눈이 왔다고 생각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오히려 나같이 무감각한 사람은 혹시라도 도로에 눈이 쌓일까 노심초사했을지 모른다. 오히려 현실적인 걱정이 더 크다.

 

과거에는 분명 춘하추동의 문턱이 분명했던 것 같다. 그런데 어느새 한반도는 계절의 경계가 흐릿해져버렸다. 여름은 길고 상대적으로 겨울은 짧은 기후로 변해버린 탓이다. 그래서 가을의 고즈넉함 같은 분위기를 느끼기에는 가을이 너무 짧아져 버렸다. 이제는 시간의 변화를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일은 달력의 몫이 돼버렸다.

 

시간감각

나처럼 혼자 사는 이에게 첫눈과 같은 사건이 잠시나마 시간감각을 되돌린다. 물론 유쾌한 일은 아니지만 말이다. 시간이 가는 일은 마치 하지 못한 숙제를 방치하고 계속 미루고 있나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그래도 올해가 끝나가니 어떤 식으로든 정리가 필요할 것 같다. 좋든 싫든 나는 내년의 첫눈이 올 때쯤에는 좀 더 나은 인간이 되고 싶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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