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지/낙서장

당신은 왜 비밀 댓글을 다는가

공부를 합시다 2023. 11. 29.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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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왜 비밀 댓글을 다는가

∙ 가끔 게시글에 댓글이 달린다. 그런데 비밀 댓글이 달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과거에는 그런 댓글의 경우 어떤 제안이 담긴 내용이 주였다. 그래봤자 시시껄렁한 블로그 마케팅에 참여를 권하는 댓글이 많았다. 대개 성의없는 복사+붙이기를 반복한 댓글에 내가 반응할 이유는 전혀 없었다. 그냥 삭제하거나 내버려두고 지나가면 그뿐.

 

∙이상하게도 요즘에는 간단한 인사 정도의 내용을 비밀 댓글로 다는 이들이 보인다. 좋은 글을 읽었다는 형식적 인사를 남기면서 말이다. 한두개 정도의 댓글이라면 그런가보다라고 넘어가겠지만 많은 이들이 비밀 댓글을 단다. 나는 그들의 심리를 잘 모르겠다. 익명성에 자신을 가두는 이유를. 제3자에게 자신의 아이디조차 보이지 않기를 희망하는 그 심리를 말이다.

 

독백의 장소

∙ 블로그가 커뮤니케이션 창구라는 얘기는 이제 현실과 맞지 않다. 좋아요와 댓글수 경쟁에 가려 대화 기능은 잊혀진지 오래다. 어차피 이곳도 독백과 같은 장소가 되고 있는 마당에 거창한 미명을 달아봤자 소용 없다. 그냥 그런가보다라고 넘어갈 수 밖에. 그렇기에 저런 비밀 댓글도 지나치면 된다.

 

∙문제는 익명의 가면이 오히려 신뢰를 떨어뜨린다는 점이다. 앞서 고백했듯이 '글을 잘 읽었다'는 내용을 나는 믿지 않는다. 솔직히 나는 형식적으로 댓글에 댓글을 달고 심지어 게시자의 블로그를 방문해 좋아요를 누룬다. 물론 이때 해당 포스트를 읽지 않는다. 그럴 시간도 없고 그럴 이유도 없기에.

형식은 형식을 낳는다

∙자물쇠가 표시된 글을 볼 때마다 기쁘지 않다. 물론 그들의 형식적으로 들인 노고에 감사를 표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글을 남겨줬으니 얼마나 고마운가! 나의 노력에 그들이 반응했으니 말이다. 다만 형식은 형식을 낳고 정작 중요한 내용은 사라지는 현실이 웃길 뿐이다. 어쩌면 이 글에 비밀 댓글을 달 누군가가 있을지 모른다. 왜냐하면 그들은 글을 전혀 읽지 않고 달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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