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주제는 매번 달라진다.
1~2개월 전부터 매달리던 주제는 '정보 분석'이었다. David Omand의 <How Spies Think?>라는 책에서 출발해 리처즈 휴어 주니어(Richards J. Heuer)의 <CIA 심리학(Psychology of intelligence analysis)>이라는 책을 연거푸 읽었다. 물론 후자의 책은 전자의 책을 읽다 각주에서 발견한 책이었다.
매번 나의 독서는 꼬리에 꼬리를 문다.
요새 새롭게 관심갖는 주제가 생겼다.
바로 '파시즘'이다. 특별히 이 묵직한 개념에 흥미가 있지는 않았다. 그러나 서부지방법원 난동과 같은 극우의 준동을 보자 궁금증이 생겼다.
식자들의 입에서 나오는 '파시즘'이라는 용어가 낯설게 느껴졌다. 적어도 내 입으로 어느 정도 이 개념을 설명(?)할 만큼 정리하고픈 욕심이 생겼다. 말 그대로 과욕이다. 내가 정리하고픈 수준이라고 해봤자 몇 권의 책을 읽고 몇 마디로 정리하는 정도니까 말이다. 그래도 서너권의 책을 읽으면 혜안이 넓어진다는 사실을 경험에서 알기에 도전한다.
그런 까닭에 몇 권의 책을 골랐다. 한 권은 제이슨 스탠리(Jason Stanley)의 <우리와 그들의 정치: 파시즘은 어떻게 작동하는가(How Fascism works)>, 나머지 한 권은 조르주 바타유(Georges Bataille)의 <파시즘의 심리 구조>이다. 동시에 책을 읽는 습관을 어김없이 발휘하며 읽는다.
전자의 책은 쉽게 읽었지만 후자의 책은 그렇지 못하다.
문외한이 저지를 만한 실수를 했다.
어떤 책부터 읽을지 감이 없다. 그래서 <파시즘의 심리 구조>는 매우 분량이 얇다는 이유만으로 선택했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 하나! 책의 분량이 책의 난도를 결정하지는 않는다. 생소한 프랑스의 저자, '조르주 바타유'를 너무 가볍게 봤다. 그래도 포기하기 싫어 서문을 읽고, 역자의 해제를 본다. 적어도 갈피라도 잡을까 싶어서다.
오랜만에 개념어로 가득찬 책을 읽는다. 역자의 해제가 없었다면 더 미궁에 빠졌을 거 같다. 중요 개념에 대한 해제 정도로도 대략 감(?)은 온다.
독서는 언제나 정도의 문제이다.
과거에는 독서에 강박이 있었다.
완전히 내 걸로 만들어야 한다는 의무감. 그러나 지금은 없다. 읽는 데까지 읽는다는 게 내 원칙이다.
각자의 수준에서 읽으면 그만이라는 게 내가 독서를 바라보는 방식이다. 깊이 읽으면 깊이 읽고, 얇게 읽으면 얇게 읽는다. 그 이상은 평범한 독자에게 무리다.
각자의 필요대로 읽고 실천하면 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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