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지/낙서장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 해소할 것인가?

공부를 합시다 2024. 6. 1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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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르디우스의 매듭.

 
고대 소아이시아 프리기아 왕국의 고르이온에 있었다는 전설의 매듭이다. 고르디우스의 왕위를 이어받은 미다스는 아버지의 마차를 신에게 바치며 복잡한 매듭으로 묻었다고 전한다. 그 뒤 이 매듭을 푸는 자가 왕이 되리라는 이야기가 전해졌다.

 
다음 얘기는 잘 알다시피 알렉산더 대왕이 그 매듭을 칼로 끊어버렸다는 결말.

 
나는 가끔 저 얘기가 생각난다.

 
알렉산더 대왕은 정말 문제를 해결한 걸까?

 
내가 생각하기에 알렉산더는 문제를 해결하지 않았다. 정확히 얘기하면 그는 문제를 회피했다. 그리고 자기 식대로 문제를 재설정했다.

 
알렉산더 대왕은 굳이 문제를 풀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정복자인 왕이 뭐하러 피정복자의 난제를 풀어야 한다는 말인가. 게임의 규칙을 따르기보다 다른 룰을 만들면 그만일 텐데. 그런 점에서 알렉산더 대왕은 다른 프레임을 가지고 과제를 바라봤다. 이런 관점의 전환이야말로 이 이야기를 내가 계속 떠올리는 이유다.

 
모든 문제를 풀 이유는 없다. 어떤 문제는 문제가 아니다. 참인 문제와 거짓 문제를 구별해야 한다는 것이 이 얘기의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어떤 문제는 해소돼야 한다.

 
문제에는 두 갈래가 있다.

 
해결해야 할 문제와 해소해야 할 문제. 첫 번째 문제는 정말로 진지하게 그 해결을 모색해야 하는 과제다. 그에 반해 두 번째 문제는 의미없다고 선언하고 그 이유를 설명하면 그만이다.

 
우리가 마주치는 상당수 문제는 진정한 문제가 아니다. 아무리 머리를 굴리고 해결책을 찾아봐도 전혀 단서를 찾을 수 없는 문제. 기존의 개념이나 이론으로는 전혀 풀리지는 않는 난제. 정해진 규칙을 수긍하고 따르는 이에게 발상의 전환은 없다. 이런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문제 자체에 대한 고민이다.

 
해결할 것인가, 해소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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