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만날 때 꺼리는 대화 주제가 있다. 다들 알다시피 그중 하나가 정치일 거 같다. 우리 삶에 영향을 지대하게 끼치지만 서로의 정치관의 차이에 따른 갈등이 두려운 게 그 원인이다. 게다가 뜨거운 감자를 건드려봤자 얻을 게 뭐가 있겠는가. 소음만 가득하지. 그럼에도 어떨 때는 그 갈등에도 불구하고 옳은 것은 옳다라고 강하게 주장하고 싶다. 그래야 적어도 문제 해결이라도 되지 않겠는가.
윤석열 대통령이 방미를 앞두고 연일 그의 말이 논란이다. 역사관 없는 언행은 익히 알고 있었으나 저 정도인 줄은 몰랐다. 일본을 향한 무조건적인 사과를 요구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이미 100년이나 지난 일이니 그만 잊자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이 뉴스를 보자 쌍욕이 나왔다. 리더로서 발언이라고는 국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은 말이기 때문이다. 가해자의 논리를 답습한다는 생각에 화부터 났다.
내 주변에는 이런 자를 칭찬하거나 두둔하는 사람이 없다. 기본적으로 저 자가 매우 무능하다는 것만으로도 리더로서 자격이 없다고 다들 동의하기 때문이다. 그는 취임 1년이 지났지만 대통령 놀이를 하고 있고 점점 그 문제적 발언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윤석열이 저럴 수 있는 이유는 그나마 여론조사를 하면 30% 안팍의 지지가 나오기 때문이다. 반대로 생각하면 대략 60% 정도는 그를 비토한다.
문제는 저 30% 중에서 윤석열을 지지하는 이유를 물어보면 1위 답변이 '이유 없음'이라는 것이다. 윤석렬 당사자도 문제지만 저 이유 없음이라고 답변하며 스스로 생각이 없다고 자인하는 사람들이 더 큰 문제다. 솔직히 나는 어떤 후보나 지도자를 지지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그가 자신의 삶이나 이득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선택한다면 그의 선택을 충분히 존중한다. 그래야 나처럼 어떤 이유로 욕하는 자의 자유도 인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앞서 말했듯 이유 없다는 이유는 정말 불가사의하다.
저런 답변을 내놓는 사람들은 누가 지도자가 되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건 크게 신경쓰지 않은 사람이다. 그 이유를 곰곰이 추정해보면 어차피 자신의 삶과 별반 관계가 없다는 생각이 지배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 자신이 속해 있다고 생각하는 집단의 기준에 따라 맹목적인 지지를 보내는 것이다. 그러나 생각해보라. 요즘 벌어지는 일들을. 누군가의 대통령 놀이에 온 국민의 삶이 무너지는 현실을 말이다. 취임 1년이 지나도 전정권 탓을 하는 저 무능함을 말이다.
물론 저 생각 없는 사람들이 우리 사회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어떤 사회든 어느 정도는 맹목적인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들은 극단적인 사고에 휩싸이고 대세를 따른다. 송곳처럼 톡하고 튀어 나오기를 꺼린다. 그러나 다시 한번 말하고 싶다. 어떤 선택은 자신의 삶뿐만 아니라 타인의 삶까지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대선의 0.7% 차이가 이런 결과를 낳을지 누가 예상해겠는가. 한때 그를 지지했던 누군가는 자신의 손가락을 자르고 싶을지 모른다.
생각이 싫어도 생각하고 살자. 어떤 때는 그저 시간이 해결해주겠지 하고 생각을 멈추는 경우가 있다. 이 글을 쓰는 나도 마찬가지다. 의식적으로 살자고 다짐하건만 출구 없다는 현실에 포기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런 행동 없이 자신의 삶을 맡기는 것만큼 어리석은 짓은 없다. 생각 없는 사람들이 다수가 되는 사회는 상상하기도 싫다. 그런 사회는 분명 끔찍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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