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에 지친 누군가에게
대학원에서 만난 어떤 이의 인간 관계다.
그녀는 등당한 소설가였는데 독특한 인간관을 지니고 있었다. 다름 아니라 매년 자신의 연락처를 리셋한다는 내용이었다. 기존에 자신이 알던 지인들 중 그렇게 친하지 않은 사람을 지워버린다는 게 골자였다. 게다가 자신의 전화번호도 자주 바꿔 최소한의 인간 관계를 유지한다는 게 그녀의 말이었다.
세상사 독특한 인간들이 많으니 나는 저 소리를 듣고 그냥 그런가보다라고 생각했다.
나이들수록 인간 관계는 좁아질텐데 굳이 저럴 필요가 있나라는 의문과 함께 말이다.
정답은 없다
인간 관계, 정답은 없다.
그럼에도 나이가 40 정도 넘어서면 나름 기준이 생긴다. 몇 해 전 일 년에 한 번쯤이라도 주변 지인에게 연락을 하던 일을 중단한 적이 있다. 개인적으로 '깡통'을 차 마음이 심란하던 때였다. 한 해 정도 연락이 두절되니 그 다음 해에도 굳이 연락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주변 인연이 하나둘 정리가 돼갔다.
정리(?)라는 말이 무겁게 들린다.
고작해야 연말에 안부 인사 정도를 가지고 말이다. 혹시라도 조사 때 정도는 얼굴을 마주할지 모른다. 그럼에도 내가 적극적으로 나서 연락하고 만나는 등 수고를 하지는 않을 거 같다. 그렇다고 딱히 나의 마음에 큰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다. 외로움을 느끼는 편도 아니니 차라리 편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인간 관계에서 벗어나니 차라리 해방감이 든다.
퇴사 이후의 관계
보통의 사회적 관계의 정리는 퇴사가 기점을 차지한다.
직장을 이직하거나 퇴직하면 자연스럽게 인맥이 정리되곤 한다. 회사에서 임원을 차지했던 어떤 이가 퇴직 이후 90%의 관계가 단절됐다고 하소연한다. 그런 이를 보면서 나는 세상물정 정말 모르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에게 말하고 싶다. '그 정도면 선방한 거다.'
안 보면 멀어진다.
이해 관계로 맺어진 인연이 오래갈 리 없다.
서로 주고받고 끝나가면 그만이다. 굳이 연락할 이유도 연락받을 계기가 없다. 원한을 사지 않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조직에 있을 때는 그 위치 때문에 관계가 유지된다. 해당 포지션을 벗어나면 그에게 얻을 것도 줄 것도 없다.
그게 순리다.
지켜야 할 관계
중년 이후 나는 인간 관계를 넓히기 보다 기존의 관계를 돈독히 하는 게 낫다고 말하고 싶다.
보통은 기존의 관계가 소원해지고 어긋나기 마련이다. 그 중 가족 관계도 한 예가 아닐까 싶다. 그런데 이런 관계는 한번 돌아서면 복원하기 힘들다. 그러니 정말 지켜야 할 관계를 소홀히해서는 안 된다. 특히 홀로 사는 이라면.
정리한다고 해서 모든 관계를 청산하는 일은 위험하다.
인간은 사회적 존재다.
하지만 누누이 강조하지만 사회적 관계가 당신의 모든 것을 규정하지는 않는다. 좋은 관계만이 당신에게 이롭지 나쁜 관계는 당신을 병들게 할 것이다. 그러니 관계에 너무 몰입해 자신을 잃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하자. 그런 점에서 인생은 줄타기다.
잘 타면 본전이지만 못 타면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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