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지/자기 배려의 기술

어떤 책을 쓸까

공부를 합시다 2023. 12. 11. 09:00
반응형

어떤 기획

요즘에 책 제안서를 열심히 궁리하고 있다.

 

쓴다 쓴다하면서 매일 미루기만 했지 진척이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독하게 마음을 먹었다. 언젠가 고백했지만 문제집 몇 권을 제외하면 나의 저서라고 해봤자 몇 년 전 교양서 한 권이 다다. 그 과정이 힘들었기에 더 쓸 염두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소중한 시간이 간다. 쓸 때 쓰지 못하면 기회를 놓친다.

 

어떤 책을 쓸 것인가.

 

첫 책이 인문 카테고리에 들어가는 교양서였으니 다음 책도 그런 부류의 책을 쓸 요량이었다. 그러나 마음을 고쳐 먹었다. 정말 팔리고 싶은 책을 쓰고 싶으니까. 여기에 덧붙여 인문이든 뭐든 나는 작가에게 카테고리는 중요치 않다는 생각이다.

 

어떤 범주에 들어가든 독자의 호응이 있으면 충분하다.

독자의 시간

이런저런 정보 수집을 위해서 베스트셀러 목록을 뒤지다 눈길이 간 곳은 실용서였다.

 

깊이를 떠나서 나는 책은 유용해야한다고 믿는다. 필요 없는데 왜 읽는가. 그것은 독자의 소중한 시간을 낭비할 뿐이다. 그러니 나는 다음 책은 정말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책을 쓰고 싶다.

 

요즘 주목하는 분야가 자기계발서다.

 

아마도 이런 생각 배경에는 내가 기관이나 기업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는 까닭이 숨어있다. 한때 철학 전공자인 내가 철학을 팔아보려고(?) 했는데 쉽지 않았다. 일단 개념이니 논리니 나오면 다들 잔다. 정말이다. 그들에게는 누군가의 말 한마디보다 잠이 더 소중한 까닭이다.

 

그런 무거운 책은 학교에 적을 둔 선생들에게 맡기자.

긍정의 논리

과거 자기계발서 카테고리에 비판적인 생각이 있었다.

 

한때 나는 이런 종류의 책을 혐오했다. 적당한 긍정의 논리를 판다고 생각한 이유가 컸다. 하지만 누구나 자신을 발전시키고 싶은 욕구가 있다. 그러니 어떤 자기계발서가 베스트셀러가 되는 이유는 독자의 필요를 충족한 이유가 있다. 나는 이런 베스트셀러, 설령 마케팅의 힘을 빌렸다고 할지라도 주목해서 보는 편이다.

 

지금 여기 우리의 욕망을 어떤 식으로든 보여주니까.

 

자기계발이든 뭐든 좋다. 독자가 한 문구, 한 문장, 한 단락에서 무언가 얻어갈 것이 있다면 말이다.

 

보통 우리 독서의 문제를 아포리즘이라고 비난하는 이가 있다. 나는 조금 생각이 다르다. 지금처럼 다매체 사회에서 책을 읽었다는 행위 자체가 얼마나 진지한 행위인가. 그냥 방에 뒹굴면서 게임이나 하거나 티비 삼매경에 빠질 법한데 말이다.

 

그 정도면 훌륭하다!

중요한 것은 생각하는 힘이다

다만 과도한 긍정의 논리를 체화하는 게 문제다.

 

이 책을 읽으면 저게 옭은 것 같고 저 책을 읽으면 이게 옭은 것 같다면 뭔가 잘못되었다. 스스로 생각하는 힘이 부족한 탓에 거리두기를 하지 못한 탓이다. 그러니 그런 사람에게는 생각의 힘을 길러줄 뭔가가 필요하다. 그런데 다들 알다시피 시간은 없고 그 과정이 힘들다.

 

나는 그럼에도 자기계발서를 쓰고 싶다. 긍정의 논리를 설파하는 책이 아니라 생각하라 요구하는 책을 말이다.

 

적어도 험난한 세상 견디는 힘을 키워줄 책을 쓰려고 한다. 결국 모든 것은 자기하기 나름이다. 타인의 목소리에 너무 귀를 기울이다가는 자신의 목소리를 잊기 쉽다. 그런 이에게 독서는 자칫 타인의 권위를 쉽게 수용케 하니 걱정이다.

 

다음 책을 기약하며 나는 기획서를 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