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넷플릭스의 <나는 신이다>가 화제다. 첫 편이었던 JMS의 정명석편에 이어 이번엔 아가동산편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해당 단체가 법원에 가처분신청을 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종교적 사이비 집단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사람들이 왜 그런 집단에 빠져드는가는 고민할 만한 문제를 던져둔다. 왜냐하면 우리 모두 비슷한 심리적 약점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피해자들을 쉽게 비난할 수 없는 노릇이다. 우리 또한 희생자가 될 수 있다!
요즘 읽고 있는 책 앤서니 스토(Anthony Storr)의 <고독의 위로(Solitude: A Return to the Self)>에서는 구소련과 같은 공산주의 국가에서 자행되던 세뇌를 통한 자백을 설명하는 부분이 나온다. 자발적 고립이 아닌 강제적 고립이 수감자에게 가져온 변화를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다. 서구에서는 이런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일종의 '감각박탈' 연구가 진행됐다고 한다. 실험방법은 다양했지만 연구 결과는 다음처럼 비슷했다고 한다.
첫째, 지적인 기능이 퇴보했다. 피험자들은 이후 집중력이 감퇴했으며 온갖 잡념에 시달렸다고 한다. 둘째, 피암시성이 증가했다. 피험자들은 정상인보다 선전에 과민하게 반응했다고 한다. 셋째, 다수가 환각을 경험했고 소수는 환청 등을 겪었다고 전한다. 넷째, 다수가 공황 발작을 경험했다고 전한다. 비이성적인 행동을 전보다 많이 했다.
굳이 감각박탈 실험 결과를 소개하는 이유는 사이비 집단에 빠지는 것은 이런 상황과 비슷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외부인은 이해를 못한다. 왜 그렇게 광신도로 그들이 변화는지를. 그러나 외부와 차단되고 내부에 갇히다보면 누구나 저런 세뇌에 빠지기 쉽다. 물론 그 중에 예외도 있을 것이다. 이성의 힘으로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사람들 말이다. 그러나 그런 이들은 애초 피해자도 되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쉽게 빠져들고 헤어나오지 않는 사람들이다.
언제나 나는 해로운 관계보다는 고독이 좋다고 주장하는 사람이다. 혼자 있다고 해서 불행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맹목적으로 어떤 관계에 집착하는 것이 더 해롭다고 생각한다. 그런 대표적 관계가 사이비 집단일 것이다. 그렇기에 평소 혼자 있는 연습을 할 필요가 있다. 건강과 행복은 전적으로 관계에서 비롯되지 않는다. 본인이 좋아하고 열중하는 대상이 있다면 굳이 관계에서 위로받을 필요가 없다. 그렇기에 내면의 힘을 키우는 것이 저런 사이비 집단에 빠지는 것을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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